지난 2016년 1월 한 경매에 고서 삼국유사가 출품됐다. 권2 기이편(紀異篇)으로, 경매회사는 보물 419-2호로 지정된 성암고서박물관본과 같은 판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보물급으로 보는 책이었다. 경매 시작가는 3억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삼국유사가 경매에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장물 의혹이 제기되면서 출품은 취소됐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삼국유사를 경매에 내놓은 문화재 매매업자 김모 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6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김씨에 대해 원심대로 징역 4년을 확정했다. 그러면서 은닉 문화재는 몰수하도록 한 문화재보호법 제92조에 따라 김씨가 숨긴 삼국유사와 박문수 간찰을 국가에 귀속하게 했다. 하지만 두 유물은 원소장자가 명확하고, 이미 도난문화재로 신고된 상태다. 문화재청 누리집에서 도난문화재 정보를 검색하면 ‘대전 삼국유사 목판 최초 인쇄본 등’은 1999년 1월 25일, ‘고령박씨 어사 박문수 유물’은 2007년 10월 초에 각각 도난당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삼국유사는 고 조종업 충남대 한문학과 명예교수 자택에서 사라졌다. 박문수 간찰은 소유자 박용기 씨·관리자 박용우 씨로 등록돼 있다.
법원의 몰수 결정에 따라 두 소장자는 민사소송을 통해 문화재를 돌려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소유자가 확실히 있는데도 왜 몰수했는지 모르겠다. 다소 난감한 판결”이라며 “보통은 신안선 유물처럼 소유자가 없는 경우에 문화재를 국가 귀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물이 여러 차례 유통됐다는 사실 때문에 법원이 소유권을 분명히 따져보라는 취지로 판결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원소장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소유권을 회복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민수 인턴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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