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물질 내부에서 펨토초(1,000조분의1초) 단위로 움직이는 원자나 분자를 영화 찍듯이 영상으로 잡아내는 ‘초고속 현미경’을 개발했다.
권오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팀은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나노미터(10억분의1m) 이하 수준 물질의 구조 변화를 볼 수 있는 분석법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 기술로 ‘막대 모양의 금 나노입자가 외부 에너지를 받고 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게 된 것이다. 이 연구는 셀 자매지인 ‘매터’의 7일자에 실렸다.
물질 내부는 물성 변화가 펨토초 단위로 이뤄져 아주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반응을 포착할 수 있는 분석법이 필요하다. 최근 광학현미경에서 펨토초 수준으로 현상을 잘라 분석하는 ‘시간 분해능’을 구현했지만 나노미터보다 작은 물체는 식별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펨토초 단위로 전자빔을 쏘는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을 조절해 금 나노입자의 진동을 펨토초 단위로 관찰했다. 금 나노입자에 레이저(광펄스)를 쪼여 음향 진동을 발생시키고 펨토초 단위로 전자빔을 쪼여 변하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이렇게 펨토초 간격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이어붙이면 한 편의 나노입자 영화가 된다.
‘전자직접검출 카메라’를 검출기로 사용해 검출 한도도 10배가량 높였다. 전자현미경은 시료의 모습을 담은 전자를 광자로 변환하고 다시 전자로 바꾸어 전기적 신호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검출기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어 검출 가능한 최소 신호의 한계를 낮췄다.
연구를 주도한 김예진 UNIST 연구원은 “전자직접검출 카메라를 탑재한 초고속 전자현미경은 세계에서 처음 시도했다”며 “단일 입자 수준의 검출 감도에서 음향 진동의 동역학을 시공간적으로 구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원자 수준의 구조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원천기술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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