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장금융이 한계기업 지원을 위해 조성한 기업구조혁신펀드가 엉뚱한 기업에 투자되고 있어 출자자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운용사들이 펀드 조성 목적에 맞는 기업을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수익에 치우친 투자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의 기업구조혁신펀드 블라인드펀드 운용사인 NH투자증권 PE와 오퍼스PE는 지난달 초 펀드 첫 투자처로 박문각을 결정했다. 총 150억원을 투자하는데 일부는 박문각의 차입금 상환에, 100억원 가량은 전환사채(CB) 매입으로 이뤄진다. CB 만기는 5년이다.
한국성장금융은 총 5,728억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 펀드를 올 4월 출범시킨 바 있다. 이 중 3개 블라인드 펀드는 4,606억원 규모로 NH PE와 오퍼스PE(2,040억원), 우리PE와 큐캐피탈파트너스(1,551억원), 미래에셋벤처와 큐리어스파트너스(1,015억원)가 각각 운용한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구조조정 시장에서 미흡한 자본시장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마중물로서의 유동성 공급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기업구조조정 활성화 여건을 마련하는 한편 다양한 형태의 구조조정 추진 사례를 창출, 민간 투자자의 참여 유도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박문각은 사전적·사후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박문각 매출은 675억원에 영업이익은 17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에는 영업손실 46억원을 기록했지만 1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36억원으로 1년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했다. 1금융권의 단기차입금(334억원)도 1년 전보다 1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2017년 245%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201%로 줄었다. 지난해 온라인 사업 실적이 개선되고 회사가 추진해온 체질 개선 작업이 성과를 내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투자금의 대부분은 박문각의 신사업 투자 대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박문각은 온라인 AI를 적용해 개인별 오답률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취약점이 있는 분야를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구축해 론칭했는데 이런 사업을 강화한다. 구조 혁신과 크게 관련 없는 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향후 막대한 상속세 이슈로 승계가 어려운 상황이 오면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지분을 취득, 경영권을 확보해 차익을 얻기 위한 투자라는 분석이 더 지배적이다.
보통 블라인드 펀드는 자금 중 60% 이상만 기업회생절차 중 매물로 나온 기업에 투자하는 등 기업 구조조정 목적으로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시장에서 자본시장이 마중물로서 역할을 할 투자를 기대됐지만 1호 투자 매물로는 썩 적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NH PE와 오퍼스 PE의 펀드 일부 출자자들도 이번 투자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NH PE와 오퍼스 PE의 펀드인 NH오퍼스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에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1,000억원을 출자해 앵커 투자자를 맡았고 NH투자증권 등 범 농협(740억원), 서울보증보험, IBK기업은행, IBK캐피탈, 오퍼스PE 등이 출자자다.
앞서 기업구조혁신펀드의 프로젝트 펀드들은 서진산업, 선진정공, 선진파워테크, 명신산업 등 가능성이 크지만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에 투자한 바 있다. 특히 1호 투자 기업인 자동차 부품기업 서진산업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현장을 직접 방문 “주력산업 구조혁신에 자본시장 역할 중요하다”며 우수 사례로 평가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NH PE나 오퍼스 PE가 구조 혁신 기업을 제대로 소싱하지 못한 것이 박문각과 같은 투자를 진행한 이유”라며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이 활성화 되기 위한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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