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교수(소화기내과)의 도움으로 물놀이를 하다 걸리기 쉬운 질환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물놀이를 하다 보면 코나 입으로 물이 들어오는 경우가 흔하다. 세균에 오염된 물을 삼키면 설사·구토·발열을 일으키는 장염에 걸릴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은 전염병에 취약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잠복기가 몇 시간으로 짧을 수도 있지만 1~2주까지 길어져 물놀이와 연관됐다는 생각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바닥분수, 벽면폭포, 공원의 작은 개울 등의 물은 대부분 고여 있어 세균이 잘 번식한다.
수족구병도 물놀이와 관련된 대표적 질병이다. 수족구병 바이러스가 주로 침·대변 등 분비물로 전파된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에게 발병률이 높지만 성인도 걸릴 수 있다. 손발·입안에 물집이나 붉은 반점이 생기고 고열이 동반될 수 있다. 입안에 궤양·수포가 생기면 통증으로 잘 먹지 못해 탈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심하면 뇌수막염·뇌염 같은 신경계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예방 백신이 없고 전염력이 강해 격리하지 않으면 쉽게 옮길 수 있다.
물놀이를 하다 바이러스성 눈병(각막·결막염)에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아데노바이러스, 급성출혈결막염(아폴로 눈병)은 엔테로바이러스·콕사키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된다. 눈이 충혈되고 눈곱이 과다하게 끼며 눈에 이물감·눈부심이 동반된다. 또 눈꺼풀이 붓고 눈물을 많이 흘리며 각막이 벗겨져 심한 통증과 눈을 뜰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염성이 매우 높아 자주 씻고 눈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안경을 쓰는 사람도 물놀이를 할 때 만큼은 콘택트렌즈를 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콘택트렌즈를 장시간 착용하고 물놀이를 하다 보면 각막이 산소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부종이 생기거나 각막 상피층이 깨져 감염 위험이 커진다. 바이러스·세균이 렌즈와 각막에 달라붙으면 각막·결막염의 원인이 된다.
무덥고 습하며 비위생적인 환경일 때 피부에 생기는 농가진(얕은 화농성 감염)은 황색 포도알균, 화농성 사슬알균이 원인. 영유아와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아이에게 잘 걸린다. 지저분해 보이는 물집과 고름·딱지가 생기며 가려워서 긁으면 신체 다른 부위로 전염돼 새로운 병소가 계속 발생한다.
수온이 높은 여름철 바닷물에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이 증식한다. 그래서 물놀이를 하다 피부 상처를 통해 이 균이 침입하거나, 해산물을 충분히 익혀먹지 않으면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릴 수 있다. 특히 간질환·당뇨병 등을 앓고 있거나 알코올 중독자 등 고위험군에서 주로 발생하며 치사율이 높다. 발열·복통과 함께 균혈증이 생기고 주로 다리에 큰 물집이 생겼다가 점차 괴사한다.
태양광선이 가장 센 오전 11시~오후 1시에는 야외 물놀이를 자제하는 게 좋다. 자외선에 과다 노출되면 피부세포가 손상돼 붉어지고 가려운 일광화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자외선차단제, 모자와 겉옷으로 피부를 최대한 보호한다.
수영장 물을 소독하는 염소·붕소 등은 피부를 자극해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물놀이 직후 몸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물놀이 후 외이도(귀 입구~고막)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귀에 들어간 물은 억지로 빼려 하지 말고 머리를 기울여 흘러나오게 하는 게 가장 좋다. 귀를 파다 상처가 생겨 염증으로 진행되면 통증, 가려움, 귀가 먹먹한 느낌이 나타나며 심하면 청력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물놀이 관련 질환 예방법>
1. 위생적인 곳에서 하고 놀이 후 깨끗하게 씻기
2. 물을 삼키지 말고 입에 닿는 것도 주의
3. 물안경·귀마개·수영모자로 눈과 귀 보호
4. 피부에 상처가 있으면 물에 안 들어간다
5. 야외에선 자외선차단제를 1시간 간격 덧바른다
6. 이상 증세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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