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를 향해 전쟁 범죄 인정, 위안부 동원 사죄, 법적 배상을 촉구해 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14일 1,400번째로 열렸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정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00차 정기 수요시위와 ‘제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기념 세계 연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서울의 한낮 기온이 35도에 이르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시민 등 2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해 ‘노란 물결’을 이뤘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1) 할머니는 “이렇게 더운데 많이 오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싸워서 이기는 게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박주민 최고위원 등 정치인들도 집회를 함께했다.
일본 정부에게 전쟁 범죄 인정과 위안부 동원 사죄, 법적 배상을 촉구하며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수요시위는 이날로 1,400회를 맞았다. 시위는 국내 13개 도시를 비롯해 일본, 미국, 대만, 호주 등 세계 12개국 37개 도시 57곳에서 함께 진행됐다. 정의연대 측은 한일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와중에도 도쿄, 나고야, 교토 등 현지 시민사회에서도 공동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날은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 정부에 맞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증언한 사실을 기억하자는 의미의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기도 해 의미가 더욱 깊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이곳 평화로에서는 서로 존중하고 함께 더불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해왔다”며 “김복동·김학순 등 여러 할머니의 외침이 있었기에 (우리는) 소중한 평화, 인권의 가치를 배웠다”고 강조했다. 북측에서 보내온 연대사와 세계 각지의 연대 발언이 소개되자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가 국가의 정책에 따라 집행된 전쟁 범죄임을 인정하라’,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내 “28년 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시작한 미투(me too)는 각지에서 모인 우리들의 위드 유(with you)를 통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전시 성폭력 추방을 위한 연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해국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의 명예, 인권을 훼손하는 일체 행위를 중단하고 전쟁 범죄를 인정하라”며 진상 규명, 공식 사죄, 배상을 포함한 법적 책임 이행 등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은 채 ‘경제 보복’ 조처까지 내놓는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항의 행동·집회도 이어졌다. 일제강점기피해자전국유족연합회 회원들은 정오부터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아베 총리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아베 정권의 잇단 경제 보복 조처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대학생 단체인 ‘평화나비 네트워크’는 이날 오후 7시 30분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평화로 페스타(FESTA)’ 문화제를 열고 대학생 겨레하나는 오후 4시께 신촌역 인근에서 ‘우리가 역사의 증인입니다’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한다.
민중공동행동과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은 오후 3시께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 행동을 열고 “경제 침략, 역사 왜곡, 평화 위협하는 아베 정권을 규탄하자”며 광복절로 예정된 범국민 촛불문화제 참여를 독려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이날 오후 용산역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강제징용 노동자 추모식을 열고 “일본은 강제동원 사죄하고 군사 대국화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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