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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29> 지속 성장 위해 석유확보 사활...美 견제 속 수입선 다변화 안간힘

■ 다칭유전 60주년...中 에너지 현주소
잇단 유전개발에도 수요 급증..1993년 순수입국 전환
일대일로 명분으로 阿·남미와 협력, 수송로 확보 공들여
美도 남중국해 등 휘저으며 맞불...무역전쟁으로 번져

  • 최수문 기자
  • 2019-08-20 17:23:21
  • 경제·마켓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29 지속 성장 위해 석유확보 사활...美 견제 속 수입선 다변화 안간힘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가 신장위구르 바인궈렁 유전에서 채굴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은 유전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9년 9월26일 중국 헤이룽장성 안다현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됐다. 당시는 마오쩌둥 주도의 ‘대약진 운동’이 한창이던 때로 에너지원을 필사적으로 찾던 시기다. 특히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주년을 며칠 앞둔 시기에 유전을 발견해 기쁨은 더했다. 중국은 유전이 발견된 지역 이름을 ‘큰 경사’라는 뜻의 ‘다칭(大慶)’으로 바꿨다. 다칭유전은 지난 1963년부터 생산을 시작했고 현재도 중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최근 저장TV의 중국판 런닝맨 ‘달려라 형제들’은 다칭유전 6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 최근 핵 개발 문제를 두고 이란과 갈등 중인 미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각국이 군함을 파견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자국 유조선을 보호하라고 요구했는데 동맹국들은 시큰둥한 상황에서 정작 중국이 반색하고 나선 것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주재 중국대사인 니젠은 “중국 해군에 의한 중국 상선의 호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보수 외교지 ‘더디플로매트’는 “중국 해군 활동을 인도양은 물론 페르시아만까지 확대하라는 초청장으로 여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이 다칭유전을 개발하면서 에너지 독립이 가능했던 1959년 이후 중국의 국가안보는 석유 확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철도·항만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한 ‘일대일로( 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미국의 뒷마당인 남미국가 지원, 신제국주의 비판까지 받는 아프리카 투자 등 대부분의 외교가 석유 확보를 목적으로 이뤄졌다. 다만 이것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중국의 패권 확대에 대해 미국이 견제에 나서면서 결국 무역전쟁이 시작되고 양국이 외교·안보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필수적인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을 상황에 이르면서 중국이 다시 확장정책을 강화하고, 이는 미중 대결의 악순환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주요2개국(G2)이라고 하지만 에너지 측면에서는 이 같은 표현이 무색하다. 미국은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을 사실상 자급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은 소비량의 상당 규모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의 해외의존은 절대적이다. 수송로를 장악한 미국이 이를 방해한다면 중국은 꼼짝없이 굴복할 수밖에 없다.

석유를 둘러싼 중국의 에너지 확보 역사는 드라마틱하다. 1959년 다칭유전이 발견되면서 중국은 주요 산유국에 들어간다. 다칭유전은 2003년 중국 총 원유 생산량의 28%까지 차지하기도 했다. 뒤이어 산둥성 성리유전과 랴오닝성 랴오허유전 등이 발견됐다. 신장위구르 등 서부에서도 유전개발이 진행됐다. 이러한 석유자원은 1978년 중국이 이른바 ‘개혁개방’을 선언할 때도 중요하게 활용됐다. 중국은 석탄의 주요 생산국으로, 소비량을 대부분 자국산으로 채울 수 있지만 중요도 측면에서 석유에 크게 못 미친다.

중국이 1980~1990년대 두자릿수 이상의 고도성장을 이어가면서 석유 소비량도 늘어났다. 공장이나 자동차에 사용되는 석유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결국 1993년 상황은 바뀌어 중국은 석유 순수입국으로 전환된다.

영국의 석유회사 BP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은 1억8,900만톤의 원유를 생산했다. 반면 국내 소비량은 6억4,100만톤에 달했다. 차이인 4억5,200만톤을 해외에서 수입한 것이다. BP는 “중국의 원유 수입량 증가율은 어느 국가보다 높은 연 1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석유를 수입할 수밖에 없지만 하나의 패권을 노리는 중국으로서는 기존 미국 주도의 원유시장이 못마땅했다. 중동 등 서방국가가 장악한 시스템과는 다른 독자적인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중국은 아프리카와 남미로 시선을 옮기게 된다.

아프리카의 경우 전 세계 원유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하지만 중국은 전체 소비량의 4분의1을 이곳에서 수입한다. 아프리카는 정정불안과 개발의 어려움으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꺼리는 지역인데 중국이 이를 뚫고 들어간 것이다. 수단을 비롯해 알제리·우간다·나이지리아 등의 석유를 중국이 싹쓸이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에서 중국은 아프리카에 6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수입하는 재화의 80%는 석유 등 자원이다.

미국의 뒷마당이나 다름없는 남미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베네수엘라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최대 채권국으로 500억달러 이상을 빌려준 것으로 추정된다. 베네수엘라의 풍부한 석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정권 때부터 진행된 교류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도 이와 같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최고의 브로맨스를 과시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러시아의 석유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남중국해에 대해 중국이 공세적인 확장 전략을 추진하는 것도 이 지역에 매장된 석유 등 에너지 때문이다.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29 지속 성장 위해 석유확보 사활...美 견제 속 수입선 다변화 안간힘
중국 산둥성 칭다오항에 정박한 유조선에서 수입원유가 하역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으로서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안정적인 석유 수입은 중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일이기도 하고 사회안정 측면에서도 불가피한 문제다. 중국은 국영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석유제품 가격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은 중국식 사회안정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취급돼 단시간에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데이터 업체인 윈드가 중국의 상장 국영기업 3,545곳을 분석한 결과 중국 최대의 석유화학 기업인 중국석유화공유한공사(SINOPEC)가 지난해 국영기업 중 가장 많은 75억위안의 보조금을 받았다. 이 내용을 전한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영기업 보조금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국내적으로도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을 실시하기보다는 생산 확대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시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 등 지도부가 총출동해 해외를 돌며 에너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해외 유전개발만큼 중요한 것이 수송로 확보다. 러시아·중앙아시아의 석유 외에는 대부분이 해상 루트를 거치는데다 상당수가 결국 남중국해를 통해 중국에 들어온다. 아프리카와 중동·중앙아시아의 석유를 중국으로 수송하는 것이 바로 중국이 내세우는 일대일로 사업의 근본 목적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가운데 최대 투자가 이뤄진 국가다. 이 나라에서 620억달러의 인프라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이라는 이름 아래 가설되고 있는 석유 파이프라인이다. 이 파이프라인이 완성될 경우 중동·아프리카의 원유를 파키스탄을 통해 곧바로 중국 신장 지역으로 들여올 수 있게 된다. 미 해군이 통제하고 있는 동남아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남중국해에서 공세를 펴고 있다.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이 지역에 묻힌 자원을 캐내는 것과 함께 해상교통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수입량이 늘면서 국제 원유시장이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2017년 중국은 총 37억2,760만배럴을 수입해 미국(37억402만배럴)을 처음으로 앞선 후 지난해는 40억2,924만배럴로 미국(36억2,409만배럴)과의 차이를 더 벌렸다.

글로벌 원유시장의 ‘큰손’으로서 중국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원유 거래는 미국 달러화를 기준으로 하고 있고 이는 달러화가 글로벌 기축통화가 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많아질수록 위안화 사용이 늘어날 수 있고 이는 미국으로서는 위협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

전 세계 패권국인 미국도 이러한 중국의 행동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게 됐다. 미중 무역전쟁은 이러한 상황에서 시작됐다. 미국은 ‘항행의 자유’ 작전을 통해 중국이 강력히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를 자유롭게 휘젓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언제라도 수송로가 차단될 위험을 안게 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동맹국에 대해서도 가지치기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해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중국에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을 수출하는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 원유 수출물량의 50~70%가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중국은 미국에서도 일부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이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로 석탄 소비량을 줄이는 대신 석유와 천연가스 사용을 늘리면서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에너지 자원 규모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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