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이란의 역사적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성사 여부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 G7 폐막 기자회견에서 핵합의 위기 해결을 위한 미국과 이란의 정상회담 여건이 조성됐다면서 앞으로 수 주 내로 회동이 성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받아들이면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나의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여건이 올바르게 조성되면 이란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화답했다.
이란 지도부와 만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새롭지 않지만, 이번에는 로하니 대통령과 직접 의사소통한 마크롱 대통령과 만난 뒤 나왔다는 점에서 다른 어조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5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G7 회의장에 ‘깜짝’ 초청해 긴밀히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미·이란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1980년 양국의 국교단절 이후 첫 정상간 회동이다.
그러나 성사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최고지도자가 권력의 정점인 이란의 통치 체제를 고려할 때 열쇠는 로하니 대통령이 아닌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쥐고 있다.
하메네이가 승인해야 비로소 로하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장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하메네이는 물론 이란 군부는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자 다시는 미국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못 박은 만큼 이런 사정이 변하려면 미국이 이란에 상당한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이란에서 신의 대리인 격인 최고지도자가 국민에 공언한 정책 방향을 바꾼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데다, 그 사안이 ‘큰 사탄’으로 부르는 미국과 관련됐다면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하메네이와 군부는 물론 로하니 대통령까지도 미국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핵합의 즉각 복귀와 탈퇴에 따른 손해 배상,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
이란을 불신하고 매우 적대적으로 여기는 미국 내부의 보수 세력도 양국 정상회담 성사에 걸림돌이다.
미 행정부는 물론 의회까지도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에 동조하는 상황인 터라 이란과 정상회담으로 양국의 긴장을 해빙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지는 불투명하다.
미 행정부는 이란의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핵·미사일 프로그램 사찰 및 사실상 포기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 중단 ▲중동 내 친이란 세력 지원 금지 등 이란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또 재선을 앞둔 시점에 유대계의 지지와 자금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적성국 이스라엘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굳이 이란과 관계를 개선할 필요도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소견이다.
실질적 성과를 차치하고 양국 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트럼프와 로하니 대통령 모두에게 정치적 이득은커녕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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