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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채식 권하는 ‘비건 육아’가 위험한 이유

육류·생선 비롯해 우유·달걀도 먹이지 않는 ‘비건육아’ 논란

“대체 음식으로 영향 균형 맞춰” VS “아이 성장 저해”

선택권 없는 아이에 대한 일방적 ‘강요’라는 비판도 나와

“비건 육아, 불가능하진 않으나 매우 어려워…전문가 조언 필요”

/연합뉴스




국내 채식 인구가 15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이른바 ‘비건 육아’에 대한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채식주의는 먹는 음식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뉘는데 ‘비건(vegan)’은 완전 채식주의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육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 동물의 알, 꿀 등 동물에서 얻은 식품은 일절 거부한다. 최근 비건 인구도 50만을 넘기면서 부모가 비건인 경우 아이에게도 비건 식단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육아 방식과 관련해 아이에게 균형 잡힌 완전 채식 식단을 제공하면 문제 없다는 입장과 성장기 아이들에게 완전 채식 식단을 강요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내의 채식 강요. 조언 부탁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 씨는 “출산 이후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아내의 채식 선언 당시 그는 “채식에 대해 무지했기에 그냥 육류만 먹지 않겠다는 것인 줄 알았다”며 “서로의 신념은 존중하자는 가치관이 있어 당연히 오케이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 씨 부부의 아이가 자라 이유식을 먹이기 시작하면서 그와 아내 사이에 의견충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가 크면서 어느 정도 육류나 우유, 치즈 등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내가 이를 반대한 것이다. A 씨에 따르면 아이가 일반식을 먹기 시작한 후에도 아내는 완전 채식을 고집했고 주스, 아이스크림, 과자 등 군것질거리도 일절 하지 못하게 했다. A 씨는 “아이와 병원에 예방접종하러 갔었는데 의사선생님께서도 아이에게 육류와 유제품 섭취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급식을 먹어야 하는데 아내는 급식 신청 안 하고 도시락 싸서 보낸다고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인의 채식은 취향이기에 존중해야 하지만 아이에게 태어날 때부터 식물성 영양소만 먹이다 보면 성장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이의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가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고 채식 식단만 고집하는 것은 ‘강요’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채식도 신념이고 선택”이라며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도 아닌데 자신의 신념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비건 육아를 하는 것은 ‘자유’라는 주장도 나온다. 자신도 비건 육아를 하고 있다고 밝힌 또 다른 네티즌은 “육류나 생선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는 다른 음식으로 대체해 먹이고 있다”며 “채식은 단지 건강을 챙기려는 것 뿐 아니라 환경을 생각한 윤리적 소비”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패스트푸드나 과도한 육류의 섭취가 오히려 아이의 영양을 망친다는 주장도 나온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2019 서울 동물권 행진’ 개회식에서 동물권 단체 회원들이 동물해방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실제로 최근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건 육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인스타그램 에서는 ‘비건육아’, ‘비건맘’, ‘비건아기’라는 해시태그가 증가하는가 하면 유튜브에서는 캐나다에 거주하며 비건육아를 하는 한국인 유튜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비건 육아를 통해서도 충분히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취지의 영상과 게시글을 꾸준히 올리며 구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비건 육아는 정말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일까.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 교수는 비건 육아에 대해 “불가능하진 않으나 매우 어려운 부분”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교수는 “흔히 알고 있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 3대 영양소는 아동의 성장 발달에 필수적”이라며 “특히 3대 영양소의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 이 중 하나라도 깨지면 신체 이상이 온다”고 밝혔다.

특히 문 교수는 “어린아이들은 섭취할 수 있는 식물성 단백질이 제한적”이라며 “채식주의자의 경우 대부분 콩을 통해 단백질을 얻는데 콩은 흡수율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별다른 가공 없이 콩을 섭취할 경우 흡수율은 6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는 “비교적 식감이 떨어지는 콩은 아이에게 먹이기 힘들 수 있다”며 “콩의 흡수율을 높이려면 적절한 가공이 필요한데 일반인이 이러한 사항을 모두 고려한 식단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충분한 전문 지식 없는 채식은 아이에게 ‘강제 다이어트’를 시키는 것과 같다”며 “반드시 지속적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이를 기반으로 한 철저히 관리된 식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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