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의 방침에 따라 앞으로는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기업들은 공동 손자회사 출자를 할 수 없게 된다. 하나의 손자회사를 여러 회사가 지배할 수 있어 지주회사 집단의 소유 구조를 불분명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는 LG·SK 등 지주회사 체제인 대기업들 전부가 관련 규제의 대상에 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해외에서는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자체가 없는데 우리나라는 글로벌 기준과 맞지 않게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다”며 “이번에 손자회사 공동출자 등을 금지한 것은 지주회사에 대한 굉장한 역차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자회사 공동출자 금지가 기업들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SK나 LG 같은 대기업이 뛰어들지 못한 것도 계열사 공동 투자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계열사 한곳이 단독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힘든 만큼 앞으로 지주회사의 대규모 M&A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당정은 또 지주회사와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 거래에 대해서는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지주회사의 계열사 부당지원, 총수일가 사익 편취 등을 막기 위해 회사 간 경영 컨설팅 수수료와 부동산 임대료 내역 같은 배당 외 수익에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도 신설된다. 아울러 정부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인다는 명분 아래 상장사의 사외이사 결격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장기 재직(해당 회사 6년 이상, 계열사 합산 9년 이상)도 금지하기로 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사외이사 장기 재직 금지는 옥석을 구분하지 않는 인위적 규제”라며 “역량을 지닌 사외이사가 오랜 기간 소속감을 갖고 재직하면서 기업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긍정적 효과를 무시하고 규제부터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사외이사 풀이 제한적인 가운데 사외이사의 장기 재직을 금지할 경우 전문성 없는 관료나 교수 출신 사외이사만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나윤석기자 박효정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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