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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GDP비중 계속 떨어지는데...규제로 발목만 잡는 당국

[리빌딩 파이낸스 2019] 금융, 미래를 경영하다

<4·끝> 규제당국 변해야 미래금융 큰다

골드만 등 줄줄이 철수...서울 금융경쟁력 4년새 30계단 하락

규제 없애려 만든 샌드박스, 건건이 심사로 관치금융 강화 우려

당국, 문제 두려워 핵심규제 완화 미루는 '결정장애' 벗어나야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과도한 규제가 미래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경제가 최근 ‘리빌딩 파이낸스 2019’ 기획을 시작하면서 금융지주·은행·보험·카드 최고경영자(CEO) 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미래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응답이 31.7%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본지가 수년에 걸쳐 매년 리빌딩 파이낸스 기획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규제가 나아졌다고 대답하는 비율이 좀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 개입의 유형은 일자리 창출부터 지배구조, 심지어 금융사마다 특색 있는 인재를 뽑아야 하는 데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획일적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등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저마다 전문화를 하려면 특정 분야의 강점을 갖추거나 독특한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인재를 골라 뽑아야 하는데 (채용비리 이후) 당국이 재발을 막겠다며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채용의 다양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CEO 연임을 놓고 당국이 개입을 시도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이라는 것 자체가 규제산업이다 보니 당국은 개입의 유혹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고, 금융사들도 규제에 익숙해지다 보니 겉으로는 규제를 반대하면서도 속으로는 (규제를) 즐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규제를 확 열어 기형적인 ‘규제공생’ 관계를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금융 노조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인사는 낙하산이라며 반대하면서도 점포나 감원 등 구조조정 이슈에 대해서는 당국의 개입을 요청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민간영역의 금융회사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플랫폼 금융으로 확장해가고 있는데 규제 당국의 눈높이는 여전히 한국 땅에만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한다고는 하지만 효과를 내는 데는 의문부호가 붙는 데 대해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태형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몇 건의 규제를 완화해줬다고 하지만 지난 40년간 금융규제는 늘면 늘었지 줄어든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산업 비중은 계속 축소되고 있고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은행이 계속 한국에서 빠져나가는 등 금융산업 경쟁력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GDP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4년 5.1%에서 2016년 4.9%를 기록하는 등 하락하고 있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평가한 서울의 금융경쟁력 순위도 2015년 6위에서 올해 3월 36위로 급전직하했다. 하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40여건의 혁신금융 서비스를 허가해줬다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꼬집었다. 규제 완화를 한다며 내실보다는 총 건수만 따져 성과가 있었다고 내세우는 것 자체가 전형적인 관료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규제를 완화한다고 공언하지만 사실은 뒤에 남아 있는 그림자 규제가 되레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수십년째 되풀이된 논란 중의 하나다.

전문가들은 실질적 규제 완화가 부족하다는 가장 큰 근거로 5월 금융위원회의 ‘제3 인터넷은행’ 불허를 꼽았다. 키움뱅크·토스뱅크가 예비인가 신청을 했지만 금융위는 반려했다. 당시 당국은 “키움은 혁신성, 토스는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외부평가위원회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네이버와 같은 핵심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는 그림자 규제로 국내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을 정도다. 일부에서는 규제를 없애려고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가 또 다른 규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는 “당국이 규제 샌드박스에만 의존하면 제도 도입 취지인 ‘우선 허용-사후 규제’와 정반대로 ‘일단 금지-예외 허용’ 현상이 고착화할 수 있다”며 “특히 혁신금융 서비스는 지정받은 특정 사업자만 서비스할 수 있고, 다른 사업자는 별도 신청을 해야 하는 ‘건건이 심사’ 방식이라 규제 권한은 공고히 하고 관치금융을 더 강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당국이 규제를 풀어준다고는 하지만 어찌 됐든 심사를 거치게 해 규제의 칼자루를 여전히 쥐고 있다는 이야기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금융산업을 시도하려는 업체는 규제 샌드박스 심사 과정 등에서 부당한 면이 있어도 외부에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가 당국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샌드박스 심사에서 제외될 수 있으므로 어려움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위원장의 교체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규제’보다 ‘육성’에 방점을 찍는 발언을 수차례 해서다. 은 후보자는 금융산업이 정체된 원인에 대해 “기본적으로 금융사들이 과감하게 치고 나가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금융산업 자체가 독자적으로 발전하고, 신산업이나 혁신 부문의 성장을 끌고 가는 선도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규제혁신이라는 포장만 그럴싸하게 강조하고, 정작 문제가 생길 것을 두려워해 핵심규제 완화는 결정을 머뭇거리는 이른바 ‘결정장애’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등 금융혁신을 위한 법령 정비 등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수장 교체에 따른 미묘한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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