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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젊음을 거름삼아 미래 씨앗 심다

늙어가는 농촌 '기회의 땅'으로

2030귀촌인구 5년새 10.7% 늘어

첫해 평균소득 1,782만원 불과

현실 쉽잖아…철저한 준비 필요





월급쟁이 9년차였던 한승욱(37)씨는 지난 2017년 4월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중산층 이상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왜 걷어차느냐”는 직장 상사의 회유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향한 곳은 충북 괴산군 감물면(面). 결혼한 지 2년 반 된 아내는 한씨를 말리기는커녕 ‘좋다’고 따라나섰다. 신혼살림을 하던 서울 신당동 빌라 전세금 1억5,000만원을 털고 대출금까지 보태 1,300평 땅을 샀다. 그리고 300평 대지에 3중(重) 비닐하우스를 세워 표고버섯 재배를 시작했다.

한씨는 “우리 부부는 삶의 지향점을 행복에 찍었다”고 강조했다. 귀농 2년차인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 플러스’ 등을 통해 한씨 부부가 판매한 표고버섯 매출액은 9,500만원. 운영비 떼고 손에 잡히는 돈은 예전 맞벌이 때만 못하지만 한씨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향해 “쫄지 말고 도전하라”고 손짓한다.

농촌·산촌·어촌으로 향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한씨처럼 도시를 떠나 시골(읍·면)로 달려간 2030 귀농·귀촌 인구는 모두 14만5,092가구다. 통계치가 있는 2013년의 13만1,043가구에 비하면 5년 만에 10.7%가 늘었다. 전체 귀농·귀촌 34만304가구 중 42.6%가 2030인데 40대까지 포함하면 비중은 61.2%까지 올라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청년이 1차산업 현장인 농촌으로 향하는 데 대해 ‘나라에 망조 든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이 일부 있지만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주장이다. 정부의 실태조사를 보면 40대 미만 귀농·귀촌 청년 가운데 가장 많은 29%가 농촌으로 향하는 이유를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으로 꼽고 있다. 그저 ‘자연이 좋아서(28%)’ 가는 중장년층과는 목적 자체가 많이 다른 셈이다. 늙어가는 농촌을 청년들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다. 이시혜 농림축산식품부 경영인력과장은 “창업 마인드로 무장한 청년층이 인구가 빠져나간 농촌을 일종의 틈새시장으로 보는 역발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 유출로 농촌이 붕괴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청년들의 꿈과 도전이 농촌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부농의 부푼 꿈만 가지고 귀농하면 쫄쫄 굶기 십상이다. 푸근한 농촌 인심에도 현실은 만만치 않다. 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귀농·귀촌 정착에 평균 1억7,703만원이 필요하다. 이 중 실제 경영체를 운영하는 귀농인은 1억2,073만원을 영농기반 투자에 쓴다. 30대 이하 청년 귀농인의 평균 투자액은 7,420만원에 그친다. 특히 귀농 첫해 소득은 평균 1,782만원에 불과하다. 귀농 직전 소득의 40%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채소나 오이·토마토 같은 경종업이 과수·축산 등에 비해 적응이 유리하고 자금회수도 빠르다고 예비 청년 귀농인들에게 조언한다. 김정섭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사는 회사처럼 시키는 일을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계획해 일하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환골탈태의 각오가 없으면 실패의 쓴맛을 보기 마련”이라고 했다. 그는 또 “농촌의 인간관계는 도시와 완전히 달라 그 마을 공동체에 진정으로 다가서며 이웃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생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권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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