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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에머슨 '자연' 1836년 출간

'물질 보다 정신' 강조

이스트먼 존슨이 그린 에머슨 초상화./위키피디아




미국은 완전히 물질 만능주의 사회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자연과 더불어 최소 소유의 삶을 살며 시민 불복종을 강조해 레프 톨스토이와 존 러스킨, 마하트마 간디에게도 영향을 준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같은 사람도 있었으니까.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그 시대에 소로보다 먼저 외친 사람이 있다.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7대째 목사 가문에서 태어나 하버드대를 나와 목사로 일하다 시인 겸 대중강연자로 변신한 그(33세)는 1836년 9월9일 98쪽짜리 수필집 ‘자연(Nature)’을 내놓았다.

‘미국 초절주의( 超絶主義)의 원조’라는 평가를 받는 에머슨은 첫 작품 ‘자연’에서 정신을 강조한다. 자연의 미는 정신의 미, 자연의 법칙은 정신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에머슨에 따르면 자연은 인간 생활에 실질적인 편익을 제공할 뿐 아니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언어조차 자연적 사실의 기호일 뿐이다. 자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때 우리의 언어도 비로소 넓고 깊어진다. 자연은 인간의 오성과 이성을 훈련시켜 진리를 탐문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을 바라보지 못하는 인간은 자기 정신을 소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에머슨은 ‘자연’의 내용을 하버드대에서 ‘미국의 학자(the American Scholar)’라는 제목으로 강의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학자들이 ‘과거의 생기 없는 유골을 더듬거나 과거의 빛바랜 의상을 걸친 가장무도회에 참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자연과 생태에 걸맞은 학문을 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은 것. 에머슨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격언을 미국인들은 ‘미국의 자연을 공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의를 들었던 의사 겸 시인 올리버 홈스는 ‘미국의 지적 독립선언문’이라고 치켜세웠다.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라는 말도 에머슨이 처음 사용했다.



소로가 출세 대신 내면을 찾는 여행에 나선 것도 대학 16년 선배 에머슨의 영향 때문이다. 월든 호수의 오두막도 에머슨의 땅에 지었다. 에머슨이 남긴 ‘성공(Success)’이라는 시의 일부분.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기성세대로서 부끄럽고 미안하다. 받은 것보다 못한 환경을 젊은 세대에 물려줄 판이니.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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