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장보기’가 대형마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지만 대부분 이커머스 업체들은 무한경쟁의 늪에 빠져 올해도 의미 있는 실적을 내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쇼핑 트렌드가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이동해 이커머스 거래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지만 정작 업계는 치킨게임에 멍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서울경제는 유통업계가 바라보는 주요 이커머스 업체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취합·분석했다. 이 결과 쿠팡·위메프·티몬 모두 작게는 수백억원대, 크게는 1조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쿠팡은 올해 거래액 1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5조원, 2018년 7조5,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기록적인 거래 규모 성장을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1조원대의 대규모 손실을 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쿠팡의 영업이익은 2017년 -6,389억원에서 지난해 -1조970억원으로 71.7% 확대된 데 이어 올해 역시 최소 지난해 정도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 손실의 주된 원인은 무료배송 확대 등 공격경영에 따른 판관비 지출이다. 쿠팡의 판관비는 2017년 1조1,570억원에서 2018년 1조8,471억원으로 커졌다. ‘새벽배송 전쟁’ 등 최근 들어 더욱 거세진 온라인 쇼핑 업계의 경쟁 양상을 감안하면 쿠팡의 올해 판관비 지출은 지난해 대비 작아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또한 2018년 말 기준 6,372명인 임직원 수는 경쟁업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 인건비 부담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는 티몬의 경우 올해 1,000억원 미만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7년 1,170억원과 2018년 1,255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어 올해 1,000억원 미만으로 영업손실을 줄인다면 상당히 ‘선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신 티몬의 거래액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과 2018년 3조원대 초반 거래액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3조원대 중후반으로 상승할 것으로 점쳐졌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티몬은 경쟁사의 공격경영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안정을 선택한 것으로 안다”면서 “거래액과 영업손익에 대한 ‘관리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메프는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3사 중 경영관리에 가장 크게 신경을 쓴 회사로 평가받는다. 영업손실 규모를 2017년 417억원에서 2018년 390억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위메프의 올해 영업손실은 다시 4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 이 회사의 거래액은 지난해 대비 1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위메프는 2017년 4조2,000억원이던 거래액을 이듬해 5조4,000억원으로 1조2,000억원 이상 확대했고 올해 역시 지난해 대비 1조원가량 늘어난 6조원대 중반의 거래액을 실현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액을 확대하되 영업손실 규모를 최소화하는 게 위메프의 전략”이라면서 “늘어난 거래액을 통해 추가적인 현금 흐름을 일으켜 추가 차입이나 투자유치 없이 적자를 커버해나가는 현명함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온라인 쇼핑 분야 ‘전통의 강자’답게 올해도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액은 2017년 14조원, 2018년 15조원에 이어 올해 16조원을 기록하고 영업손익 또한 300억원 안팎의 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2017년과 2018년에도 623억원과 486억원의 흑자를 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전방위 공세와 마켓컬리 등 신흥 업체의 약진 속에서 이 정도 실적을 거둔 것은 대단한 저력이며 쿠팡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성과”라고 말했다.
아울러 SK플래닛으로부터 독립한 지 1년이 지난 11번가는 올해 흑자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 회사는 규모보다는 이익을 중시하는 ‘내실경영’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쿠팡은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도 없는 입장이라 앞으로도 무한경쟁을 주도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의 한 서울 시내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쿠팡이 택한 미국 아마존식 공격경영은 경쟁자가 차례차례 사라져야 열매를 얻는다”면서 “그런데 한국 이커머스 시장 플레이어들이 각자 ‘버티기 모드’에 들어감에 따라 쿠팡의 공세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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