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특정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15년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는 ‘포천 여중생 매니큐어 살인사건’도 용의자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 사건은 범행 수법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미디어에서 주목할 때마다 함께 소환되곤 했다.
19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에 따르면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은 2004년 2월 8일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의 한 배수로에서 실종 3개월여 만에 엄모(당시 15세)양이 얼굴에서 가슴까지 훼손돼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엄양의 손톱과 발톱에 붉은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어 ‘포천 매니큐어 살인사건’으로도 불렸다.
경찰은 1년간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CC)TV는 물론, DNA 등 중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미제 사건이 됐다. 사건 당시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범인 검거에 부담을 느낀 포천경찰서 강력1반장 윤모(47) 경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이후 15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올해 초 새로운 제보자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재까지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발생 당시 대학생이던 한 여성이 지난 3월 112에 직접 신고를 해 자신이 유사한 피해를 볼 뻔했었다며 기억을 털어놓았고 이를 토대로 몽타주도 제작된 것이다. 몽타주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경기북부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에는 총 90여 건의 목격담 제보가 접수됐다. 정남수 미제사건전담수사팀장은 “제보 내용은 대부분 몽타주와 닮은 여장남자를 봤다거나 매니큐어와 관련된 것”이라면서 “제보의 90% 정도 사실 확인 작업을 거쳤는데 아직 결정적인 단서는 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이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특정이 DNA 재감식을 통해 이뤄진 만큼 이 사건도 피해자의 유류품에 대한 DNA 재감식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수사 초기 알몸으로 숨진 채 발견된 엄양의 소지품인 가방, 신발, 휴대전화에서 용의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으나 감식 재의뢰를 검토 중인 것이다.
여중생이 잔혹하게 살해돼 시신으로 버려져 세간에 큰 충격을 준 만큼 사건이 반드시 해결되기를 바라는 기대감도 높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수사에 파견됐던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용의자 특정 소식에 대한 소회를 전하며 “이제 마지막으로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만 해결된다면 (나의) 형사의 소명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이른바 ‘태완이법’ 시행으로 경기북부경찰청에서 수사 중인 미제사건은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을 포함해 총 14건이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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