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제주도립미술관장이 ‘2017 제주비엔날레’ 당시 제기됐던 여러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 전 관장은 21일 언론에 보낸 ‘제주도립미술관장 김준기 사건 종결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직을 수행하면서 추진했던 ‘2017 제주비엔날레’와 관련한 공무상비밀누설과 업무상배임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라는 혐의가 2019년 9월 17일자로 ‘혐의 없음’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김준기 씨는 지난 2016년 8월 제주에 지역 연고를 두지 않은 전문 전시기획자로는 처음 제주도립미술관장에 임명됐다. 이듬해 격년제 국제미술제인 ‘제주 비엔날레’를 개최해 주목받았으나 제주도의 승인 절차를 무시한 채 예산을 집행한 혐의로 지난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으나 1년여 만에 무혐의로 결론 났다.
경찰은 당시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주-아시안 한국-대만 국제현대미술 특별교류전’ 예산 1억5,000만 원을 ‘2017 제주비엔날레’ 예산으로 사용한 것을 ‘업무상배임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봤지만, 검찰은 “취소된 특별교류전의 예산을 비엔날레 예산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미술관의 행정목적 달성을 위해 관장의 권한으로 사업변경이 가능한 것으로서, 상급관청이나 도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더라도 위법한 예산 집행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김 전 관장이 행사운영대행 사업자 입찰과 관련한 사업자 선정방식을 아는 업체에 미리 알려줬다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는 “입찰 공고에 포함된 내용으로서 일반적인 입찰 절차에 관한 사항이므로 공무상비밀이 아니다”고 봤다. 외주업체로 들어온 제주비엔날레 사무국의 일부 집기와 비품을 미술관 비용으로 집행한 것에 대한 ‘업무상배임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검찰은 “비엔날레 사무국은 임시 조직이지만 사무국이 사용하는 공간은 지속적으로 존치하는 것이므로 해당 공간의 집기와 비품 등을 비엔날레 예산만이 아니라 미술관 예산으로도 구입한 것은 불법적인 예산 사용이 아니다”라고 처분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김 전 관장은 “실수가 있었을지언정 형법상 범죄적 사실로 이어질 만한 일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극히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저를 음해해 제주도립미술관장 재임을 막아보겠다는 세력들의 전방위적인 공세로 인해 저는 결국 연임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전 관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공공미술관의 구조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디렉터십과 큐레이터십, ‘늘공’과 ‘어공’, 행정관료와 전문가, 지역출신과 타지역 출신 등 공공미술관에 존재하는 모순들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면서 “한국의 다수 미술관들이 처한 위기의 국면에 저 또한 포함되어 있으므로 향후 미술관 종사자들을 비롯한 여러 주체들과 잘 의논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관장은 1998년부터 전시기획자로 활동하며 가나아트갤러리 공공미술팀장을 거쳐 부산비엔날레 부산조각프로젝트 전시팀장,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등을 역임했다. ‘대추리 평화예술운동’과 ‘지리산프로젝트’ 등에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고 올해 말에는 ‘2019 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EAPAP)’의 개최와 계간 ‘평화예술매거진’의 창간도 앞두고 있다. 현재는 경기문화재단 주최의 ‘평화예술대장정’ 총감독을 맡아 동아시아와 한반도 34개 도시를 돌고 있으며 평화의제를 모은 ‘DMZ평화예술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