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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34> 축구인프라 부족·선수는 개인주의…도쿄올림픽 본선行도 불투명

■ 히딩크도 손놓은 中 '축구몽'

'축구광' 習, 2030년 亞 1위·2050년 월드컵 우승 목표 세웠지만

올 개최 A매치서 연패...히딩크 부임 1년도 안돼 불명예 퇴진

中축구협 단기 성과 추구·선수 거액 연봉 등도 실력 후퇴 한몫

지난 2012년 2월 아일랜드 더블린시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당시는 부주석)이 축구 경기 관람에 앞서 시축을 준비하고 있다. 스스로 ‘축구광’이라고 자부하는 시 주석이지만 중국 축구의 부진은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구사랑은 남다르다. 시 주석은 지난 2011년 국가부주석으로 있을 때 베이징에서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를 만나 자신의 ‘축구몽(夢)’을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시 시 부주석은 손 대표가 선물로 준비해간 박지성 선수의 사인볼을 건네받으면서 “세 가지 꿈이 있는데 월드컵에 진출하고, 월드컵을 개최하고,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행히도 이런 소망은 아직 하나도 실현되지 못했다.

# 거스 히딩크 중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이 20일 전격 경질됐다. 지난해 10월 부임했으니 1년도 채 안 된 불명예 퇴진이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부임하면서 중국 축구에 대해 “기술과 체력, 선수 선발이 문제”라고 했는데 결국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중국을 떠나게 됐다. 앞서 8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평가전에서 중국은 0대 2로 완패했었다.

세계 축구계의 최대 미스터리는 중국의 부진한 축구 실력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14억 인구라는 풍부한 인적자원과 정부·기업의 무한정에 가까운 투자, 팬들의 성원 등 무엇하나 부족한 점이 없는데도 성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자력으로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출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가까운 미래에 출전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는 희망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중국 축구의 현주소다. 올해 들어 개최된 A매치에서 연달아 패하면서 오히려 실력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 축구팀에 8일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패배는 충격이었다. 비록 친선경기였지만 그동안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팀을 상대로 중국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중국 축구 매체들은 “베트남이 무섭게 발전한 반면 중국의 실력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고 아우성쳤다. 비판이 중국축구협회와 정부로 향하자 축구협회는 경기 후 10여일 만에 대표팀 감독을 경질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진출을 달성했고 이후에도 승승장구한 명장 히딩크가 희생양이었다. 일부에서는 “천하의 히딩크도 중국팀을 단시간에 바꿀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변호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중국인들이 크게 실망한 것은 사실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1년 동안 (중국 대표팀에) 변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올림픽 대표팀만 죽을 쑨 것은 아니다. 국가 축구경쟁력의 척도인 월드컵 대표팀도 올해 초 태국·우즈베키스탄에 연달아 패하면서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4개월 만에 경질됐다. 결국 1월 아시안컵 8강 탈락 직후 팀을 떠난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다시 불러들이는 고육책을 써야 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국가는 32개국이지만 중국은 이 자리에 한 번도 자력으로 출전해본 적이 없다. 그나마 2002년 한일월드컵 본선진출이 유일한 사례였는데 당시 아시아에서 주최국인 한국과 일본이 자동출전권을 얻으면서 빈자리를 어부지리로 차지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마저 3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3연패를 하고 돌아왔다.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자국에서 올림픽이 열려 자동출전권을 얻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최근 30년간 유일한 올림픽 경험이었다. 이때도 역시 1무2패로 재빨리 짐을 쌌다. 중국인들의 분노도 짐작은 간다. 히딩크 감독의 경질과 함께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도 불투명해졌다는 것이 축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나마 중국 축구가 변화의 계기를 맞은 것은 스스로 ‘축구광’이라고 자부하는 시 주석이 취임하고부터다. 시 주석이 외부행사에서 직접 시축하는 장면까지 보여주며 축구에 대한 애정을 쏟은 결과 이전까지 ‘동네축구’ 수준이었던 중국 축구는 개선의 조짐을 보였다. 지금도 시 주석이 사회통합과 국위선양을 위해 ‘축구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전망을 마냥 어둡게 볼 수는 없다.

그가 취임한 첫해인 2013년 6월15일 중국 축구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 연출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시 주석의 60세 생일이었다. 이날 중국 청소년 대표팀은 태국과의 평가전에서 무려 1대5로 대패했다. 경기를 본 시 주석은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이례적으로 개별 사안에 반응한 시 주석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중화민족 부흥이라는 이른바 ‘중국몽’을 앞세운 시진핑으로서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종목이자 스스로도 좋아하는 축구에서 중국이 바닥권이라는 점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축구협회는 당시 대표팀 감독을 해임하고 대국민 사과문까지 냈다.

이후로 중국 정부는 ‘축구몽’을 위한 본격적인 계획에 나섰다. 2015년 3월 시 주석이 직접 주재한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회의에서 ‘중국축구 개혁발전 종합방안’을 심의, 통과시키고 같은 해 4월에는 이를 추진하기 위해 공산당 산하에 별도의 ‘축구개혁영도소조’까지 만들었다.



종합방안은 장기목표로 오는 2030년 아시아 축구 1위 달성과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내세웠다. 이를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유소년 선수 육성 △리그 시스템 정비 △축구를 초중등 필수과목으로 지정 △축구특색학교 설립 등의 목표를 공개했다.

그런데도 중국 축구가 부진에 허덕이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개인 종목에 치중됐던 과거의 엘리트 체육 육성 정책과 부족한 축구 인프라, 만연한 선수들의 개인주의, 현실 안주 성향을 꼽는다. 여기에 중국축구협회의 단기적 성과 추구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옛 소련이나 동독, 북한 등처럼 과거 중국도 국위를 선양하겠다는 이유로 엘리트 체육을 집중 지원했다. 특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막대한 보상금을 지원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문제는 지원정책이 일부 개인 종목에 편중됐다는 것이다. 육상이나 수영의 경우 한 명이 여러 개의 금메달을 따지만 단체경기인 축구는 11명이 뛰어도 1개를 얻기 힘들다. 지금까지 금메달 개수에 목을 맨 중국정부는 이런 개인 종목에 집중했고 단체경기는 등한시했다. 특히 축구는 팀을 키우는 데 경비가 많이 든다. 장비를 갖추는 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축구장을 마련하는 것은 더 어려운 문제다.

개혁개방 이래 최근까지 중국 지방정부는 당장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학교에 넓은 부지를 제공하지 않았다. 운동시설이라야 탁구·농구·배드민턴 등이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릴 때부터 축구문화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중국의 농구영웅이자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인 야오밍이 2015년 3월 양회 기간에 당시 정부의 축구투자 확대에 대해 “돈만 많이 쓰고 실력은 떨어진다”고 비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여기에 선수들의 만연한 개인주의가 문제가 됐다. 중국은 최근까지 산아제한을 통해 1가구 1자녀 정책을 유지했는데 이렇게 태어난 ‘소황제’들은 성인이 돼도 의존적이며 이기적인 성향으로 단체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축구는 조직력이 필수라는 점에서 특히 어울리지 않았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광대한 국토에 따른 지역색이 강한 것이 단체활동을 방해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게다가 시진핑 정부 들어 갑작스럽게 쏟아낸 축구육성 정책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했다. 당장 효과를 봐야 한다는 생각에 기업들이 돈을 쏟아부은 것이 후유증을 낳은 것이다. 중국에는 현재 프로축구가 상당히 활성화돼 있는데 이는 기업들이 너도나도 참여했기 때문이다. 정부에 눈도장을 찍는 데 축구팀 만한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중국에서 좀처럼 세계적인 선수가 배출되지 못하는 이유를 두고 중국 리그의 막대한 연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에서 적당히 두각만 나타내도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이 오히려 중국 축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슈퍼리그에서 득점왕과 MVP를 석권한 우레이는 지난해 스페인 리그로 이적하면서 연봉의 90%를 자진 삭감했다. 중국에서 우리 돈으로 110억원의 연봉을 받은 우레이가 지금 에스파뇰에서는 12억원을 받고 있다. 중국 프로선수 연봉에 90%의 거품이 껴 있는 셈이다.

선수들의 무사안일한 생활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축구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이자 중국 슈퍼리그 톈진 톈하이의 주장인 장루가 음주운전으로 퇴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음주운전을 한 장루를 향해 시나닷컴은 “어른답게 스스로 책임을 져라”라는 기사를 올렸다.

다만 장기적으로 중국 축구의 미래를 밝게 보는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시진핑의 ‘축구몽’이 단순한 경기력 향상에서 나아가 축구를 통한 사회통합·국위선양과 경제발전을 함께 추구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부족한 선수들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축구 열기는 대단하다. 프로축구 경기가 벌어지는 각 구장은 관중들로 꽉 찬다. 이미 ‘국민체육’이 탁구에서 축구로 바뀌었다고 스포츠계는 보고 있다.

축구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무궁무진한 관련 산업 활성화로 이어진다. 중국 정부는 2030년 월드컵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풀뿌리 축구문화 형성을 위해 특히 중국 당국은 유소년 선수 육성에 진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유소년 축구를 시작으로 스포츠 교류를 넓혀 나갈 경우 한중관계를 개선할 새로운 통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스포츠계 인사는 “경제에서 주요2개국(G2)으로 올라선 중국이 축구 강국이 돼 스포츠계도 주도하겠다는 것”이라며 “스포츠 교류와 함께 관련 산업 진출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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