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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좋은 사업같다"…문제되자 '블라인드' 문구 추가 요구

‘블라인드 펀드’라던 조국, 부인은 ‘2차전지 투자’ 알았다

투자약정 당일 사업계획 프레젠테이션 받아…조 장관 처남도 참석

“WFM 통한 익성·IFM 우회상장 ‘큰 그림’ 알고 투자했을 것”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제1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정회되자 회의장 밖으로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차 전지 음극재 업체 투자’ 사실을 사전에 알고 사모펀드 투자 약정을 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투자 기업이 어디인지를 사모펀드 투자자가 아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러나 조 장관은 부인 등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가 ‘블라인드 펀드’라 투자 종목이 정해져 있지 않고 어느 종목에 투자하는지도 모른다고 설명해와 또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27일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교수는 2017년 7월 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코링크 사무실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는 조 장관 5촌 조카인 조모(36)씨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조씨는 코링크를 실제 운영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코링크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투자설명회에선 2차 전지 음극재 생산·판매업체인 IFM의 김모 전 대표가 40여 분간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정 교수는 “좋은 사업 같다”는 코멘트를 했다. 정 교수는 사업계획서도 챙겨갔으며 그의 남동생 정모 씨도 사업설명회에 참석했다. IFM은 코링크가 우회상장을 추진한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의 자회사다. 코링크는 코스닥 상장사인 WFM을 인수한 뒤 2차 전지 기업으로 탈바꿈해 익성·IFM을 우회상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음극재는 2차 전지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충전 시 양극에서 나오는 리튬이온을 받아들여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기아차 협력사인 익성은 배터리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전기차용 음극재 개발·양산을 추진하고 있었다.

아울러 사업설명회 날 정 교수와 두 자녀는 코링크가 만든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에 74억 5,000만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정서를 체결했다. 실제 투자금액은 10억 5,000만원이다. 남동생 정씨와 두 아들은 3억 5,000만원을 투자했다.



정 교수는 투자 약정일에 2차 전지 사업설명을 들었으나 조 장관 가족의 투자금(14억 원)만으로 이뤄진 ‘가족펀드’ 블루코어밸류업은 정작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인 웰스씨앤티에 전액을 투자했다. 이후 웰스씨앤티는 코링크 자체 자금 10억 원을 더해 총 24억 원을 투자받은 후 IFM에 13억 원을 재투자했다. 이에 최모 웰스씨앤티 대표는 “IFM 재투자를 조건으로 코링크에서 투자받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정 교수가 웰스씨앤티를 통해 IFM, WFM에 투자하는 것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정 교수는 가족의 자산을 관리한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에게 WFM 투자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 남동생은 WFM 실물주식 12만주(액면가 5,000원·총액 6억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정 교수에게 돈을 빌려 코링크 지분 5억원어치를 매입하기도 했다. 웰스씨앤티가 궁극적으로 익성과 합병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WFM을 통한 익성 우회상장이 성공할 경우 조 장관 가족도 지분가치 상승으로 이득을 보는 구조다. 현재 검찰은 5촌 조카 조씨가 중심이 된 WFM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코링크의 한 관계자는 “정 교수는 5촌 조카 조씨가 그린 2차 전지 관련 ‘큰 그림’을 알고 투자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정 교수가 투자 수익률을 따져 묻는 데서 더 나아가 조씨가 주도한 코링크 경영이나 투자 결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정 교수가 사모펀드 투자가 문제가 되자 코링크 관계자들에게 연락해 펀드 운용보고서를 만들고 여기에 ‘투자 대상에 대해 알려드릴 수 없다’는 문구를 넣으라고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조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의혹 해명을 위한 기자회견 때 이 보고서를 들고 나왔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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