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히는 ‘글로벌 항공엔진 전문기업’ 목표가 결실을 맺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의 까다로운 방산기업 투자 심사를 통과하고 항공엔진 부품회사를 품에 안았다. 항공산업 종주국인 미국 시장 공략의 교두보가 열린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0일(현지 시간) 미국 항공엔진 부품 전문업체인 ‘이닥(EDAC)’을 약 3억달러(3,570억원)에 인수 완료했다고 1일 밝혔다. 이닥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프랫앤드휘트니(P&W) 등 글로벌 항공 엔진 제조사를 핵심 고객으로 두고 있다. 주요 제품은 최신 항공 엔진에 탑재되는 일체식 로터 블레이드(IBR)와 케이스 등이다. 지난해 약 1억5,000만달러(약 1770억원)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직원 수는 590명이다.
앞서 지난해 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글로벌 항공엔진 전문기업 도약’ 목표를 밝혔다. 김 회장이 항공 엔진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항공여객 수요와 물동량이 늘어나며 민간 항공기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글로벌 항공기 엔진부품 시장은 오는 2025년까지 542억달러(약 62조2,300억원) 규모까지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6%대 성장세를 예상된다.
앞서 지난 6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닥 인수 계획을 발표하며 완료 시점을 연내로 예상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재무부가 외국인의 미국 내 기술기업 투자와 관련해 안보 관련 검토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외국인 투자 검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인수 발표 3개월 만인 지난 9월 초 한화의 이닥 인수를 승인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에어로스페이스 40년 역사상 최초의 해외 인수 성공 사례”라며 “글로벌 항공분야 선도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큰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수전의 숨은 공신은 한국수출입은행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번 M&A의 입찰 참여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긴밀하게 협의해왔다. 미국 정부의 인수 승인 시점에 맞춰 적시에 자금 지원을 승인하기도 했다.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핵심 부품기술 확보 차원의 정책금융 지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오는 2022년까지 항공기 부품 및 방위산업 분야의 해외 진출과 경쟁력 강화에 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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