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 노동조합이 23년 만에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11일 오후1시부터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울산 본사에서 집회를 연 뒤 사내 도로를 행진했다. 현대미포조선 노조가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을 한 것은 지난 1996년 이후 23년 만이다. 지난해까지 22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과 단체협상을 달성한 기록이 깨진 것이다. 현대미포조선 전체 조합원 2,100여명 중 실제로 이날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수는 150여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파업에 따른 조업 차질은 없었다”고 했다.
현대미포조선 노사는 5월31일 상견례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총 23차례 만났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교섭에서 기본급 12만3,867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급 최소 250% 지급, 연차별 임금 격차 조정, 총고용 보장, 성과 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경영환경이 나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안을 들어주기 힘들다며 제시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8월 말까지 13억7,700만달러를 수주했다. 연간 수주 목표액(35억3,000만달러)의 39%에 그치는 성적이다.
사측은 노조 파업에 앞서 사내소식지에 “내년 경영환경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금 부분을 제외한 다른 부분부터 매듭짓고자 했으나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회사 제시안은 경영환경과 지불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지 파업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대미포조선 임금협상이 올해 처음으로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조 집행부 선거가 이달 말로 예정돼 있어 교섭이 차기 집행부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오는 15일부터 노조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며 본격적인 선거에 돌입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 집행부가 단발성 파업을 결정한 것을 두고 노조 내부에서는 “얻을 게 없는 투쟁”이라는 불만이 계속 제기돼왔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