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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법수장을 만나다] 김필곤 대전지방법원장 "법관 역량 강화해야 사법신뢰 회복"

좋은 재판, 법관 개인 역량에 달려

외풍에 흔들리지 않게 내면 닦아야

불필요한 행사 없애 '워라밸' 보장

청소년 법률 토론대회 도입해 호평

23일 대전시 대전지방법원 집무실에서 김필곤 법원장이 좋은 재판을 하기 위한 법관의 자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전지방법원




“법관은 오로지 판결로 말해야 하고 판결 내용으로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사법 서비스라는 표현도 사용했지만 재판의 본질은 정의를 선언하고 진실을 밝히는 겁니다. 그래서 사법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김필곤(56·사법연수원 16기·사진) 대전지방법원장은 21일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이른바 사법농단으로 인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추락한 것이 가장 안타깝다”며 “이럴 때일수록 법관은 좋은 재판을 하기 위해서 철저한 자기 수양을 통해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법원장은 자신의 법관 생활에서 오랜 지침서와 같은 목수들이 사용하는 곱자(曲尺)를 항상 마음 속에 품어야 좋은 판사가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ㄱ’자 모양으로 생긴 곱자는 한쪽이 짧고 반대쪽이 길어 길이를 잴 때 주로 쓰이지만 삼각대나 계산기 역할도 한다는 게 김 법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목수들이 쓰는 곱자처럼 타인의 입장과 상황을 유연하게 고려하면서 판결에 들이댈 줄 알아야 좋은 법관”이라며 “그 과정에서 배려와 겸손이 나오는 것이고 우리 사회에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서는 우려와 걱정을 쏟아냈다. 김 법원장은 “세상은 끊임 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겉모습도 봐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있는 본질”이라며 “사법의 본질이 퇴색하면서 무엇이 정치이고 무엇이 사법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사법부 내부의 성찰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시대적 변화로 사법부의 중심인 법관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현실에 특히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법관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승진에 대한 압박과 민원인들의 항의 등이 늘면서 법관들의 자긍심과 사명심이 떨어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법관으로 임명되는 것 자체가 사회적 예우를 받는 척도였지만 지금은 법관들이 받는 업무적 스트레스가 문제지만, 사회의 최후 보류라는 법관의 판단이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하면서 사법부 위상 흔들리고 후배 법관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다행히 최근 사법부 내부적으로 인력구성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했다. 그는 “대형 법무법인에서 근무하다 판사를 지원하는 경력법관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경쟁력과 전문성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각 법원에 젊고 유능한 실무관들이 늘고 있다는 것도 세대교체를 앞당기는 변화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법원장은 지난해 2월 대전지법원장에 부임한 이후 법원 직원들이 불필요한 업무에 매달려 직장과 가정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정착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불필요한 대외행사나 외부인사 초청강연 등을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신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 토론대회를 도입해 지역사회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수진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가정이 평안해야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법원도 마찬가지”라며 “청소년 법률 토론대회에서 본 우리 학생들의 수준이 상당해 사법부의 미래가 밝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자신했다.

다만 지역 사법수요가 늘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세종시와 계룡시의 인구가 늘면서 재판이 급증하고 있지만, 휴직과 연수 등으로 가동법관 수가 줄어든 탓에 올 들어 대전지법 단독재판부 4개가 폐지됐다. 김 법원장은 “세종시에 행정법원 신설도 급한데 별다른 진척이 없어서 답답한 상황”이라며 “법관 1인당 재판 부담률이 느는 것이 전국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인구 증가로 갈수록 대전지법 법관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걱정했다.

김 법원장은 사법부의 혁신과 발전을 위해 법관들에게 필요한 최우선 숙제는 수양을 강화하려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재판은 제도적으로 마련될 수 있는 게 아니라 법관 개개인이 역량과 인격, 능력을 계발하고 내면에 충실하면 저절로 따라온다”며 “본질이 제대로 정립되면 표상으로 드러나기에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법관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전=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1963년 대구 △1981년 경북고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1985년 서울대 법학과 △1987년 제16기 사법연수원 수료 △1991년 대구지법 판사 △1997년 수원지법 판사 △2003년 대구지법 부장판사 △2004년 사법연수원 교수 △2007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2010년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2013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2018년 대전지방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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