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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B급 문화, 넌 어디서 왔니

1930년대 A급 할리우드 작품과 함께

끼워파는 영화에서 'B급' 코드 유래

호러 패러디 등 60~70년대 황금기

국내선 B급 코미디 '극한직업' 흥행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영화 ‘데드풀’.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교양있고 ‘올바른’ 주류 문화에서 벗어난 ‘B급 문화’. 극소수 마이너의 취향을 저격하던 저급한 ‘키치(kitsch) 문화’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대중문화를 강타하는 B급 문화는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B급’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30년대 대공황이 강타한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다. 영화 산업이 불황에 빠지자 할리우드는 저예산으로 단시일 내에 영화를 제작해 완성도 있게 만든 ‘A급’ 영화에 끼워파는 전략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는데 질은 떨어지지만 저렴하게 만든 영화를 ‘B급’으로 분류한 것이 기원이 됐다. 영화 산업에서 출발한 ‘B급’이 하나의 문화적 코드를 지칭하는 용어로 그 의미가 확대된 것이다.

‘끼워팔기’ 용이었던 B급 영화는 1960년대부터 황금기를 맞기 시작했다. 이는 텔레비전이 보급되면서 미국과 프랑스 등의 영화계가 침체기를 맞는 시기와 맞물린다. 김봉석 문화평론가는 “할리우드가 텔레비전 때문에 선택한 전략이 스펙터클한 작품인 ‘벤허(1959)’ 등이었는데 이후 ‘클레오파트라(1967)’가 부진한 흥행 성적을 거두면서 주류 영화가 위축됐다”며 “이런 가운데 확실한 팬층이 형성된 B급 영화를 상영하는 ‘그라인드하우스’ 등이 생겨나면서 B급 장르가 유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당시에도 B급 영화가 주류로 올라선 것은 아니지만 독립 영화사들이 제작한 독특한 B급 영화가 ‘마이너’로서 확고한 시장을 형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마이너 관객 사이에서 형성된 B급 영화의 위상은 1975년 20세기폭스사가 영국의 컬트 뮤지컬 ‘록키 호러 픽쳐쇼’를 영화화한 데서도 반영된다. 10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기괴한’ 영화는 개봉 당시 관객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지만 뉴욕의 한 변두리 극장에서 심야 상영을 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큰 인기를 끌었다. 괴상한 공상과학(SF)·호러 패러디 영화로 평가되며 B급 컬트 영화의 ‘전설’로까지 불리게 된 이 영화는 1900년대 초에 만들어졌다면 B급 장르로 분류됐을 스티븐 스필버그의 SF 영화 등이 주류 영화로 인정받게 되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B급 영화는 1980년대 이후 쇠퇴하다가 쿠엔틴 타란티노,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 등의 등장과 함께 2000년대 들어 다시 대중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B급 정서를 담은 영화 ‘킹스맨’ 시리즈를 비롯해 ‘데드풀’ 등이 흥행에 크게 성공하기도 했다. 과거 B급 영화의 상당수가 저예산으로 빠르게 만든 호러·SF 장르를 지칭했다면 지금은 대규모 예산을 들여 B급 정서를 담아낸 메이저 영화로 진화한 것이 전과 다른 점이다.

국내에서도 B급 영화의 예상 밖 흥행이 눈에 띈다.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2015)’는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예상을 깨고 국내에서도 6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다양해진 관객들의 정서 코드를 입증했으며 올 초 개봉한 B급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은 1,60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기염을 토했다.

김 평론가는 “그만큼 이제는 B급 영화, B급 정서가 대중에게 익숙한 장르가 된 것”이라며 “장르 자체가 이제는 주류화된 측면도 있고 장르의 다양화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류 문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아이덴티티로 여기며 취향을 기꺼이 드러내는 젊은 관객들에게 이들 영화가 어필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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