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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못하는 '드론'...그림의 떡 '의료정보'..."4차 혁명" 외치면서 한 발도 못 나간 규제개혁

[4차산업혁명委 규제완화 권고-첨단 산업기술 현주소]

'경제혁신론자' 대거 포진했지만

일자리 정책·힘센 부처 등에 밀려

샌드박스도 '잔가시' 해소 수준

이제 기술 테스트·상용화는커녕

R&D마저 '노동 규제'에 묶일판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게는 애장품인 드론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드론 대중화 붐을 일으킨 한 외국인 창업가에게서 직접 받은 것인데 정작 실외에서 제대로 날려보지를 못했다. 수도권 등 전국의 주요 지역이 군사·안보 등의 이유로 드론 비행금지구역으로 묶여 있는 탓이다.

# 경기도의 중소 로봇 기업 F사는 국내 유명 대학병원과 함께 원격협진로봇을 개발했다. 실내 자율이동로봇이 병상의 환자에게 다가와 서로 다른 병원에 있는 의사들과 영상통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하면서 협진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해당 기술은 정작 국내에서는 원격의료규제로 상용화가 안 돼 해외 병원에 시범적용하고 있다.

국내에 제품과 기술이 있는데도 정작 우리 국민들은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는 첨단 산업기술들의 현주소다. 이들 기술과 제품들을 상용화하기 위해 거쳐야 할 길목들이 기존의 행정규제 등에 막혀 있어서다. 상용화는커녕 그 직전의 제품 시험조차도 제도적으로 원천봉쇄된 경우가 많아 F사처럼 해외를 전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거 정부들은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전봇대’ ‘대못’ ‘손톱 밑 가시’ 등으로 규정하며 해소하려 했지만 용두사미에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당시부터 4차 산업혁명을 외치며 규제개혁 의지를 내비쳤지만 실질적인 핵심규제 해소에서는 거의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나마 올해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실시해 호응을 얻었는데 아직까지는 ‘잔가시’ 수준의 규제를 일부 발라내는 정도이며 중요한 핵심규제는 난제로 남겨뒀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경제혁신 전도사들을 정책 두뇌로 기용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해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을 위원장에 앉히고 국민경제자문위원회를 실질적으로 꾸려나갈 초대 부위원장에 대선 경제공약인 ‘J노믹스’ 설계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을 앉혔다. 아울러 복지정책뿐 아니라 재계 핵심인사 등과 소통 채널을 가졌던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 곁에 뒀다. 하지만 이들의 규제혁파성장론은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하는 일자리성장정책에 가려져 큰 힘을 얻지 못했다. 지난 2017년 늦가을 무렵 사석에서 만났던 김 부위원장은 기자에게 “현 정부에 정말 규제개혁의 의지가 있는 것 같으냐”고 물었을 정도로 정부 내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장 의장의 경우 문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연임하고 있지만 힘센 규제부처 장관들에게 가려졌다. 드론은 국방정책 당국 등에, 스마트 헬스케어 및 스마트의료는 보건정책 당국에, 암호화폐 등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사법정책 당국에, 스마트팩토리·로봇 산업 등은 노동정책 당국에 가로막혔다.

이제는 기술 테스트, 상용화는커녕 연구개발(R&D)에도 규제가 걸렸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업무를 반복적으로 하는 생산직 노동자들에게나 적합한 주 52시간 근로제가 기업연구소,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에도 기계적으로 적용될 위기에 놓였다. 장 위원장이 25일 정부 권고안을 통해 주 52시간제의 경직된 법 적용을 정면 비판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정부가 민생과 경제성장 쪽으로 정책의 초점을 급선회하고 있는 만큼 장 위원장의 이번 고언이 적시에 수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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