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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성장률 갉아먹어"…데이터3법·근로기준법 개정 시급

[고장난 정책 궤도수정 용단 내려야]

☞정치에 발목 잡힌 경제

구조개혁 중추 역할해야 하는데

표심 눈치보기에 법안처리 외면

법개정 국회 문턱서 막힌 사이

정부는 시행령 고쳐 기업 압박

이인영(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국감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대정부 권고안 발표 현장에서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됐다. 대통령이 임명한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작심한 듯 입법부인 국회를 향해 “아쉽다” “실망스럽다”는 말을 쏟아낸 것이다. 그가 실망감을 숨기지 않은 것은 하루 앞선 24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끝내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용정보보호법은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등과 함께 데이터 규제 3법으로 불린다. 장 위원장은 국회를 향해 “정치 영역을 존중하지만 민간이 (법안 처리를) 기다린 지 1년이 넘었다. 국민을 위한 대의가 무엇인지 고민하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와 노동유연성 관련 법안이 하염없이 지연되면서 “국회가 성장률을 갉아 먹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잠재성장률이 2.5~2.6%(한국은행·2019~2020년)까지 내리막을 타고 실제 경제성장률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2%를 위협받고 있다. 뼈를 깎는 구조 개혁과 제도 정비를 통해 성장판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정치권이 되레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오히려 정치가 우리 경제를 저성장의 늪으로 끌어당기는 형국이다.



데이터 3법 늑장 처리가 대표적이다. 이들 법안은 ‘가명 정보’ 개념을 도입해 개인정보 수집·활용을 용이하게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지난해 11월 여당 주도로 발의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언제 처리될지 기약이 없다. 연내 처리가 안 된 채 내년 4월 총선 국면에 접어들면 사실상 20대 국회 처리는 물 건너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 혁신위원인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의 밑바탕에는 자유로운 데이터 처리가 있다”면서 “데이터 3법 처리는 혁신 기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이는 부가가치를 창출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과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산업계의 호소도 외면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과 직결되는 민간투자를 감당하는 기업들이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에 벌벌 떨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산업계의 요구는 주 52시간제를 완충할 수 있도록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보다 늘려달라는 것인데 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3개월을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야당이 1년으로 더 확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당장 내년 초부터 50~299인 사업장으로 주 52시간제 확대 적용이 예정돼 있어 대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계도기간 부여와 처벌 유예 등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게 산업계의 불만이다. 여야가 일단 오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단위기간을 얼마로 확대할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어 합의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한 서비스 육성 전략을 담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도 8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여당의 중점 처리법안에 해당하지만 원격의료 등 보건·의료 분야를 둘러싼 이견에 진전이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제조업 중심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가능하지 않다”면서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발전이 이뤄져야 하지만 입법 단계부터 꽉 막혀 있다”고 말했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주력인 제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서비스업과의 결합이 필수적”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업 발전의 길을 터주는 입법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2년간 29.1% 급등하며 고용시장에 충격을 주고 결과적으로 성장률에도 타격을 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도 추진되고 있지만 이 역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정치권이 경제 법안 처리 지연으로 기업의 손발을 묶어 성장률을 갉아먹는 와중에 정부는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시행령 개정 방식을 통해 기업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처리가 국회에 막히자 최근 무더기로 소관 법률의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 출자를 금지하고 부동산 임대료 내역을 공시하도록 한 지주사 규제 강화 방안 모두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뤄진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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