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가 ‘사람 중심의 디지털 농협금융’을 비전으로 내걸고 앞으로 3년간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신한·KB·하나 등 ‘디지털 전환’을 공언하며 디지털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금융그룹들의 생존 경쟁에 합류한 것이다. 디지털 기업 전환을 통해 은행 중심의 전통적인 금융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공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농협금융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포함한 임직원 3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NH농협금융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고 29일 밝혔다. 농협금융은 이번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고객 경험 혁신 △디지털화를 통한 업무 효율화 △디지털 신사업 진출 △애자일 조직 운영, 디지털 인재 육성 등 4대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3년간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디지털 전문 인력 2,300여명을 양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전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애자일 조직’도 50여개 운영하기로 했다. 애자일 조직이란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목표에 따라 구성된 팀에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새로운 조직 형태를 뜻한다. 유연한 정보기술(IT)기업에서 처음 시도한 조직문화인데 2016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이와 유사한 ‘셀조직’을 도입한 하나금융을 필두로 KB국민은행·신한금융 등 다른 금융사들도 속속 이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하나의 금융상품을 내놓으려면 기존의 경직적인 부서 체계하에서는 상품 기획부터 시장 출시·마케팅에 이르기까지 6개월~1년이 걸리지만 애자일 조직 형태에서는 이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려면 조직 혁신이 필수”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지주·계열사의 디지털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내년부터 경영전략과 평가 방향도 이에 맞게 연계할 계획이다. 특히 업권별 디지털 전환 성숙도와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해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분야를 카드, 은행, 증권, 보험 순으로 보고 이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할 방침이다.
국내 금융그룹들은 단순히 영업 관행을 창구에서 온라인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인력·조직과 미래 먹거리까지 디지털을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조용병 회장 취임 이후 ‘디지털 신한’을 추진하고 있는 신한금융은 오는 2020년까지 디지털 교육에 2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에 따라 인공지능(AI) 인재 육성에 공을 들인 결과 8월 국내 최초 AI 투자자문사 ‘신한AI’를 설립했다. 아예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하나금융도 AI·빅데이터 기반 생활금융플랫폼을 구축 중이고 KB국민은행은 통신·금융을 결합한 알뜰폰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내놓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형 IT 플랫폼 기업의 진출을 필두로 금융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만큼 기존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금융사의 변화 흐름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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