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씨월드 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4월 테마파크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증시에 상장됐다. 당시 기업가치는 25억 달러로 평가됐다. 그러나 씨월드의 성공 신화는 18개월 만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주가가 무려 60%나 폭락했고, 대표 이사 짐 애치슨은 사임을 발표했다.
씨월드의 이 같은 몰락은 상장 직후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 피쉬’에서 비롯됐다. 영화는 씨월드의 범고래가 쇼 도중 조련사를 공격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기사를 본 한 쌍둥이 엄마가 제작한 것이다. 씨월드 조련사가 어떻게 동물을 대했는지를 다룬 이 저예산 영화가 입소문을 타면서 한 기업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 스탠퍼드대 교수와 후버 연구소의 에이미 제가트 선임연구원이 공저한 ‘정치가 던지는 위험’은 통신 기술의 발전과 함께 부상한 여러 정치적 위험과 그에 대한 대처 방법에 대해 쓴 책이다. 저자들은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같은 독재 정치인뿐만이 아니라, 휴대폰을 가진 개인,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모든 개인들이 한 기업, 나아가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정치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를 비롯한 개인과 지역 조직, 정부 기관, 다국적 집단, 초국가 및 국제기구 등 5개 주체들에서 비롯되는 정치적 위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에 대한 저자들의 분석은 날카롭다. 저자들에 따르면 위험 관리에 실패하는 것은 심리전과 집단사고 때문이다. 가령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 앞서 영국인들의 10% 가량은 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결국 영국이 유럽연합(EU)에 잔류할 것이라는 낙관론 때문에 실제 투표에서 탈퇴 여론이 우세해졌다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의 실패는 이처럼 원하는 대로 믿고 싶은 마음에서 기인한 인지부조화와 낙관주의 편향 때문이라고 책은 지적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인지부조화와 직관적인 사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정보를 얻고, 위험 자체보다 위험이 몰고 올 ‘연쇄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양질의 정보란 일반적인 것이 아닌 구체적인 것이며, 관심이 높은 사람들의 뜨거운 감정과 열정까지 담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1만8,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