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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새 성장성 절반 뚝…지방銀 '시련의 계절'

지역경제 침체·핀테크 공습에

6개 지방은행 총자산증가율

2015년 10%서 4.9%로 추락

"당국, 맞춤형 금융지원 나서야"





그동안 지역 기업에 특화된 영업방식과 지역민의 높은 충성도로 승승장구하던 지방은행이 지방경제 침체, 핀테크 확산, 정부 정책 유탄 등으로 코너에 몰리고 있다. 성장성을 보여주는 총자산증가율이 4년 새 반토막 났고 수익성·건전성 모두 시중은행에 역전당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업에 정보기술(IT)이 진출하는 등 금융의 판이 바뀌는 시대에 지방은행이 약한 고리가 될 수 있으므로 자체 노력 강화는 물론 당국의 지원책 등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제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의 올해 6월 말 현재 총자산증가율은 지난해 대비 4.9%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3.4%)보다는 늘었지만 2015년 10%와 비교하면 4년 새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방은행은 저인망식 관계형 금융을 앞세워 금융위기 이후 시중은행을 각종 지표에서 앞서왔지만 최근 1~2년 새 추월당하고 있다. 총자산증가율은 2017년 7.5%로 시중은행(6.2%)을 웃돌았지만 2018년 3.4%로 시중은행(8.2%)에 뒤처졌고, 올해도 시중은행은 8.5%로 지방보다 3%포인트 이상 앞섰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2015년 말 지방은행이 1.2%로 시중은행(1.1%)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올 6월 0.79%로 시중은행(0.52%)보다 나빠졌다.

이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지방에 거점을 둔 조선·자동차·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이 흔들리며 지방은행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탓이다. 특히 시중은행마다 미래 생존 차원에서 핀테크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지방은행은 투자 여력이 부족해 적극 대응하기 힘든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가계 대신 기업대출을 늘리라는 ‘생산적 금융’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이 수도권에서 대출해줄 기업이 드물어 지방 우량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이 과정에서 지방은행 고객까지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의 장점인 수많은 점포가 비대면 시대에는 비용으로 돌아오고 있으 핵심지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당국도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지방은행은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수익·건전성마저 시중銀에 역전...금가는 지방銀 성공방정식>



“지방에 위치한 중소기업에 지방은행은 정말 고마운 존재입니다. 운전자금 등 돈이 필요해 시중은행에 접근해도 대출을 거절당해 앞이 캄캄한데 지방은행에서는 대출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지방은행의 힘은 저인망식 영업에서 나옵니다. 예컨대 은행 직원이 아침마다 시장을 돌며 지역민에 맞춤형 예금·대출을 해줌으로써 승승장구를 했던 거죠.”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강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방은행의 성공 방정식에도 하나둘씩 금이 가고 있다. 주력 산업 붕괴에 따른 지역 경제 침체에다 4차 산업혁명, 핀테크 열풍 등 구조적 전환의 여파다.



우선 지표에서 이 같은 흐름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은행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총자산수익률(ROA)은 지방은행이 지난 2016년 0.57%로 시중은행(0.43%)을 앞섰지만 2017년 0.52%로 시중은행(0.58%)에 역전당했다. 지난해 0.55%로 시중은행(0.62%)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직원 1인당 영업이익 역시 지방은행은 2016년 1억700만원으로 시중은행(8,600만원)을 앞섰지만 지난해는 1억1,400만원에 머물며 시중은행(1억6,700만원)에 크게 뒤졌다.

지방은행이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지역 경기 침체가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7년 현재 7%(전년 대비)였지만 지방은 3.9%로 약 절반에 그쳤다. 2014년 수도권 4.4%, 지방 3.3%에서 격차가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부산·울산·경남 등 일명 ‘부울경 벨트’ 경기가 직격탄을 맞았고 차 산업 구조조정으로 전북 군산 등의 지역 경기도 안 좋다. 4차 산업혁명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기존의 조선·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보다는 공장이 필요없는 정보기술(IT)업이 급성장하고 있고 이들은 지방에 뿌리를 내리기보다는 판교 등 수도권에 집중해서 터를 잡고 있다.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먹거리가 없어지고 있는 셈이다.

개인 고객과 관련해서는 지방은행의 강점이었던 수많은 점포는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돼 오히려 비용을 늘리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촘촘한 영업망으로 지역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주요 무기였는데 이제는 모바일뱅킹이 대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최저·최고금리를 비교해 즉석에서 예·적금에 가입하고 대출이 실행되는 시대에 지방은행 점포는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지방은행도 모바일뱅킹 투자를 확대하면 되지만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한계가 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망 기업이 수도권에 몰리고 있어 지방은행도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도권 등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진출, 점포 중 핵심점포로의 역량 집중 등 자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지방은행을 포함한 전 국내 은행의 내년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2020년 금융산업 전망’에 따르면 내년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 및 전체 수익 규모는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심화하고 있는데다 제2안심전환대출, 신(新)예대율 규제 도입 등 각종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순이자마진(NIM) 여건이 악화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하나연은 내년 국내 은행들의 NIM이 1.55%로 2016년(1.55%) 이후 가장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 역시 대기업 대출이 소폭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조이기가 계속되면서 은행권 대출 증가율이 5% 수준에 그쳐 최근 5년 내 가장 낮을 것으로 추산됐다. 그 결과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 증가율은 내년 -1.5%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에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수익 증가세를 유지해왔지만 비용절감 노력도 한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규모 대손충당금 환입 효과가 사라지고 경기 부진, 부동산 경기의 지역별 양극화 등으로 신규 부실이 늘어나면서 대손비용이 증가해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2016년(1.4%) 이후 가장 낮은 6.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혜미 하나연 연구위원은 “2020년에는 성장·수익·건전성 등 모든 면에서 국내 은행산업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픈뱅킹 본격 도입, 진입 규제 완화 등으로 정부의 경쟁 촉진 정책도 지속돼 은행의 독점적 지위는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규·빈난새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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