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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칼럼] 복지포퓰리즘과 도덕적 해이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지역사업 예타면제·수당 남발…

무분별한 복지는 재정 건전성 악화

교육·공적 투자로 성장률 높이는 등

실효성 있는 재정지출 우선시해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도 예산안은 2019년보다 9.3% 증가한 513조원 규모에 이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7%포인트 증가한 39.8%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1년에는 재정지출이 재정수입보다 약 40조원이 더 많고 국가채무비율도 42.1%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세계 경제 둔화 및 한국 반도체 산업의 불황 등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재정 확대를 통해 경제를 살리는 길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재정 확대가 경기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사용되는지 의문이 든다. 2020년 보건·복지·노동 부문 투입 예산은 181조6,000억원으로 20조 6000억원이 증가한 반면, 연구개발, 산업 및 에너지, 사회간접자본 등의 예산은 70조3,000억원으로 11조2,000억원 증가할 예정이다. 경제 활력을 북돋울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재정지출보다는 대중이나 유권자들의 입맛을 맞추려 한다는 우려가 앞선다. 복지 포퓰리즘에 따른 무분별한 복지 확대는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 채무를 증대시켜 국가 경제의 혁신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2010년 당시 카르멘 레인하트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44개 선진국 및 신흥국 자료 연구결과에서 국가채무비율이 일정수준을 넘게 되면 경제성장을 심각히 저해함을 보여줬다. 국가채무를 늘렸던 그리스사태나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의 재정 포퓰리즘에 따른 국가 경제의 파탄도 목격한 바 있다.

재정지출에 대한 재원은 국민의 조세부담이나 국채발행을 통해 마련된다.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할 빚이다. 재정지출은 땀 흘려 벌어들인 소득의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국민의 몫이다. 공공 부문의 선순환적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생산적 복지체제를 구축하며 교육 및 공적 투자를 늘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국가 경제를 건실히 하는 데 재정지출이 활용돼야 함이 마땅하다. 복지 포퓰리즘은 정부가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는 도덕적 해이와 다르지 않다. 총 사업 규모 24조1,000억원에 달하는 23개 지역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적정한 근거 없이 면제되고,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층이나 농민들에 대해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적절한 장치 없이 선심성 수당을 지급하는 정책 등은 세금낭비와 예산낭비를 불러일으켜 재정악화를 초래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의 재정수지 여건도 그리 녹록지 않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2% 달성에도 미치지 못하고 출산율이 급락하면서 세금을 낼 인구의 감소 폭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수 위축으로 이어져 재정수입의 감소를 초래할 것이다. 반면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부양률 증가와 공적연금·건강보험 등 복지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복지 지출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재정지출은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2007~2017년 한국의 국가채무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도 최근 재정지출 수요의 급증을 보여주는 증거와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재정수입과 지출 양 측면에서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재정운용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뜩이나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암울한 미래 앞에 행복한 삶의 꿈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성세대 국민들은 안타까움과 책임감으로 착잡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더 나은 경제적 환경과 사회적 인프라를 물려주지 못할지라도 미래세대들에게 재정파탄이나 세금폭탄으로 엄청난 부담을 주는 복지 포퓰리즘은 멈춰야 한다. 명확한 재정준칙에 따른 재정운영은 미래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임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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