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낭산면에 들어선 학록도서관은 민간 기업이 건립해 육군부사관학교에 기증한 건축물이다. 군사시설이면서 지역주민에게 과감히 문을 연’상생의 문화공간’이다. 한때 체육관을 짓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도서관 건립으로 결정됐다. 육체적 단련보다 지식 습득을 통해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춘 군인을 양성한다는 생각에서다.
학록도서관 프로젝트의 설계 의뢰를 맡은 이상대 건축가는 미켈란젤로의 도서관에 대한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로 마음먹었다. 미켈란젤로는 피렌체에 메디치 도서관을 설계하면서 ‘무지와 어둠의 낮은 곳에서 지혜와 빛의 높은 곳으로의 이동’을 개념화했다. 학록도서관은 이처럼 지혜의 보고가 될 도서관에서 ‘빛’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로 설계됐다.
기부자는 이곳이 단순히 책을 열람하는 장소가 아닌 복합 문화시설로서의 현대적 역할을 맡길 원했다. ‘시네라이브러리’라는, 영상과 열람이 결합한 독특한 프로그램을 갖춘 도서관을 건축적으로 담아내 달라고 요구했다. 부지 특성도 중요했다. 도서관이 지어질 부지는 앞뒤로 2.4m가량 높이 차이가 났다. 양쪽 모두에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런 특성을 건축적으로 어떻게 끌어들일지 또한 중요한 포인트였다.
학록도서관은 이 같은 세 가지 중요 주제가 결합해 완성됐다. 빛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상징적 중심공간을 두고, 2.4m 반 층 차이에 의한 접근 다양성을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풀어냈다. 수직적으로 순환 상승하는 연속성을 만들어 냈다. 또 영화 필름이 연속적인 이미지를 투사하듯이 외부의 자연과 중심부 빛의 공간 사이로 연속된 공간 흐름이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카페테리아, 중앙홀을 거쳐 다양한 도서열람공간들을 차례로 만나도록 했다. 시네라이브러리를 거쳐 마지막으로 옥상으로 올라서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자연경관을 대함으로써 구조의 완결을 맺었다. 중앙홀은 학록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3개 층 높이로 비워져 다양한 프로그램과 유연하게 결합하도록 했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과 만나 지적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학록도서관은 육군부사관학교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도 개방돼 많은 호응을 얻었다. 학교는 지역주민과의 공유를 위해 정문과 담장을 도서관 뒤로 후퇴시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 건축가는 “국방 핵심전력인 부사관들이 군사시설 내에도 이런 문화공간이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역주민과 공유하는 건축물로 개방해 상생을 이루게 된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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