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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수요 많은데 매물 씨말라...강남권 수개월새 2.2억↑

[엇박자 정책에 불안한 서울 전세시장]

상한제·입시개편 와중에 실거주는 강화...물건 자취 감춰

이달 전세수급지수 150.7로 2년來 최대...전셋값도 껑충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도 위축...시장불안 더 커질듯





“지난 7월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를 폐지한다고 한 후 학부모들이 양천구 목동을 찾고 있습니다. 목동 5단지는 1,8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데 전세 물건이 전용 65㎡와 전용 143㎡ 각각 1개씩만 남은 상황입니다. 전용 143㎡ 같은 경우 불과 얼마 전까지 10억원에 실거래됐는데 현재 호가가 13억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목동 B부동산 대표)

“수요자들은 줄을 서 있는데 매물이 없어 난감하네요. 도곡동과 대치동은 분양가상한제에 입시 개편까지 맞물리면서 신축 아파트 전세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도곡동 C공인 대표)

이사 비수기인 겨울철에 접어들었지만 서울에서 전세 물건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KB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집 구하기가 지난 2017년 6월 이후 가장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주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값 조사에서도 서울 전세가 상승률은 0.10%로 전주(0.09%)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강남·양천·노원구 등 주요 학군의 경우 전세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입주물량이 많은 강동구조차 전세가가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전세 품귀 현상과 관련, 전문가들은 정책 엇박자가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입시제도 개편 등으로 전세 수요는 늘고 있는데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2년 실거주 요건 등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잘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서울 전세시장은 앞으로도 불안한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입주물량 많은데 전세는 실종=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2,934가구로 역대 최대급 규모다. 이런 이유로 상반기에는 역전세난을 걱정할 정도로 전셋값이 하락하고 매물도 넘쳐났다. 전문가들도 정부에 역전세난에 대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을 정도다.

하지만 현재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KB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50.7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150을 넘어선 것은 2017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어서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월 전세수급지수는 88.2에 불과했다.

넘치는 수요에 서울 전셋값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전셋값은 7월 상승세로 전환한 후 이달 18일까지 1.07% 상승했다. 이번주도 예외는 아니다. 강북 14개 구가 0.06% 오른 가운데 신흥 학군으로 부상한 마포구는 0.12% 올랐다. 강남 4구의 전세가도 0.15% 오르며 지난주(0.11%)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특히 강남권에서는 최근 수개월 만에 억 단위로 오르는 ‘고가 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7㎡는 9월 16억원에 계약됐는데 7월(13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2억2,000만원 오른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대치동부센트레빌’ 전용 121㎡ 또한 10월 19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앞서 7월 17억원에 계약된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가파르다. 도곡동의 ‘도곡렉슬’ 전용 114㎡ 또한 18일 16억5,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지면서 9월 전세금액(15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전경 /서울경제DB




◇정책 엇박자가 만들어낸 전세불안
=올해와 내년 서울에서는 각각 4만2,934가구, 4만1,923가구 규모의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다.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당분간 공급은 충분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책 엇박자로 전세 품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공론화된 7월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상한제 시행 이후 쏟아질 ‘로또 분양’을 기대하면서 청약 대기수요가 전세로 눌러앉아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청약에 당첨만 되면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한 가격에 새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확산된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도 전세 품귀 현상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으로 2년 실거주 요건이 추가되면서 서울 집주인들이 전셋집에 직접 입주하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5,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도 집주인들이 직접 입주하면서 생각보다 전세물량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정책도 전세시장에는 악재다. 7월 교육부가 지정취소한 8곳의 자사고 가운데 6곳이 강북 지역에 위치한다. 자사고·특수목적고를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강경한 기조 속에 ‘강남 8학군’ 등 학군지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 ‘교육특구’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와 양천구의 전셋값 상승률은 각각 1.84%, 1.66%로 서울 평균치(1.07%)를 웃돌았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위축도 앞으로 계속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1년 서울에서는 2만1,466가구만이 입주 예정이며 그 이후에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올해 서울 아파트 공급량이 전체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닌데 분양가상한제와 자사고 폐지 등 정책이 엇박자를 내며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공급 위축 등으로 전세시장 불안 현상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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