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숙원 사업으로 추진 중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서울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으면서 3조7,000억에 달하는 막대한 건축비를 어떤 식으로 조달할지 관심이 쏠린다. 올해 3월 해외 투자자와 공동 개발이라는 큰 틀은 밝혔지만 구체적인 조달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최소 4,000억원 이상의 자체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가 수익성 악화로 신용등급이 강등된 상황에서 GBC의 성공과 미래차 투자금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장고가 시작됐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6일 서울시로부터 GBC 건축 허가를 받고 건축비 조달 방안을 위한 본격적 논의에 돌입했다.
부동산 개발 업계에서는 공사비를 어떤 구조로 조달할지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은 공사비의 60% 전후를 토지 담보 대출로, 나머지는 에쿼티 투자로 조달한다. GBC로 보면 2조2,000억~2.7000억원이 대출로, 약 1조원이 에쿼티 투자다. 에쿼티 투자자 모집을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이 수익성이 낮은 후순위 에쿼티에 최소 4,000억원은 받쳐줘야 한다. 토지 소유주인 현대차(55%)·현대모비스(012330)(25%)·기아차(20%)가 비율대로 넣을 때 현대차는 최소 2,000억원 이상을 집행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후순위를 많이 넣으면 많이 넣을수록 사업성이 확실하다는 자신감으로 읽혀 자금 조달이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3월에 밝힌 외국계 펀드의 투자금은 에쿼티 중에서도 수익률이 높은 우선주 등에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물 선매각 후 임대(세일즈 앤 리스백)도 가능하다. 준공될 건물 임대료를 기준으로 건물가를 역산해 미리 운용사에 매각, 공사 대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이 본사로 5년 정도 임대를 보장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만 상징성이 큰 본사 사옥을 선매각할 가능성은 낮다. 국내 최고층 건물인 만큼 준공만 되면 가치가 크게 오를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계열사들이 보유한 자체자금을 투자 받을 수도 있다. 현대차만 하더라도 3·4분기 기준 유동자산이 21조원이다. 다만 미래차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데 막대한 유동성을 부동산 개발에 투자하면 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다.
어떤 방식이든 큰 부담은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토지 담보 대출 금리를 평균 3%로만 잡아도 2조원 대출의 이자는 월 50억원이다. 회사채를 발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신평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한 단계 낮춘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안을 두고 고민하겠지만 어떤 방식이든 부담을 피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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