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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탈원전 정책이 운명처럼 나를 정치판으로 불러냈다”

<정치인 변신하는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탈원전으로 100조원 이상 수출 날려…원전기업은 말기 암환자
탈원전 담당 공무원도 괴로워..소리없는 저항하고 있을 것
노무현 정부때도 산업정책에선 기업 뛸 여건 만들어줘
홍콩 사태에 IB떠나려해..부산 유치땐 경제살릴 좋은 기회

  • 김영기 논설위원
  • 2019-12-03 00:05:08
[청론직설]“탈원전 정책이 운명처럼 나를 정치판으로 불러냈다”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이 지난달 29일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전 부사장은 “탈원전정책이 운명처럼 저를 정치판으로 불러냈다”고 말했다. /권욱기자

중앙부처 관료에서 기업인으로, 그리고 이제는 정치권으로….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관료와 대기업(포스코·두산)을 두루 거친, 소위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런 김 전 부사장이 느닷없이 야당(자유한국당) 영입인재가 돼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를 정치로 이끈 것은 역설적이게도 전 직장의 업종(원전 건설)이자 친정인 산업부의 핵심정책인 탈원전이었다. 김 전 부사장은 “원전 기업들은 지금 말기 암 환자와 같다”면서 “탈원전정책이 운명처럼 저를 정치판으로 불러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고 탈원전에 대한 저항만이 정치에 뛰어든 목적은 아니다. 김 전 부사장은 “지금 정책은 현안에 급급해 과거 경제기획원처럼 큰 그림을 그릴 조직이 필요하다”며 “국회에 가면 이런 조직체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고향인 부산(남구갑)을 분주하게 돌고 있는 김 전 부사장을 지난달 29일 만났다.

-정치를 하기로 결심한 동기는 무엇인가.

△의도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채 살았다. 정치중립적인 공무원으로 시작했고 기업에서는 수출로 외화를 버느라 정치를 쳐다볼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인생이 늘 정치와 이어져 있었다. 공직을 떠난 것도 좌편향적인 노무현 정부의 대리인이 되기 싫어서였고, 기업에서도 탈원전으로 회사가 망가지고 아끼던 직원들이 떠나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 정치에서 대안을 찾자고 결심했다. 탈원전정책이 운명처럼 저를 정치판으로 불러낸 셈이다.

-전 직장을 떠나며 직원들에게 “원자력산업의 모순적 상황을 안에서 해결하기 힘들었다”고 했는데.

△저는 원전 마피아도 아니고 원전지상론자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탈원전은 정말 아니다. 폐해가 너무 크다. 그런데 탈원전 발표 이후 산업부 장관을 만나고 청와대 등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면 한결같이 자신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도대체 누가 이런 정책을 결정했다는 말인가.

-탈원전정책의 실무를 후배들(산업부)이 하고 있다.

△관료를 영혼 없는 집단이라 한다. 그러나 최고 교육을 받고 엄정한 절차를 거쳐 선발됐는데 어찌 영혼이 없겠는가.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 공무원을 적폐로 몰아 겁박하는 행태다. 개발독재 시절에도 공무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경제개발의 동반자로 인식했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실무 공무원까지 적폐라며 교도소에 보내지 않았나. 산업부의 촉망받는 후배가 무죄 판결을 받아 복직했지만 이 과정을 본 공무원들이 느낀 공포감은 어땠겠는가. 탈원전 담당 관료들도 많이 괴로울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탈원전정책이 폐기될 것으로 보고 (탈원전을) 지연시키는 소리 없는 저항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탈원전에 따른 손실이 그리 큰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로 우리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이 21조원이다. 탈원전만 없었다면 완공 이후 40년 이상 원전 운영과 정비보수로 받는 수십조원이 한국 몫이었다. 그런데 한국을 믿지 못해 유지보수 업체로 영국·미국 업체까지 선정하고 계약기간도 5년 미만으로 줄여 3,000억원 정도의 계약만 땄다. 신규 원전은 어떤가. 프랑스와 일본의 퇴조로 의지할 곳은 한국밖에 없었다. 영국은 무어사이드 원전부터 22조원 이상의 원전 건설을 한국에 매달렸는데 탈원전 여파로 지연되고 있다. 사우디·체코 등 원전을 계획하는 곳에 대한 수출은 말할 것도 없다. 100조원 이상의 수출기회를 날렸다. 더 큰 문제는 원자력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등 비싼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따른 전력요금 상승이다. 원전 대신 화석연료을 사용해 생길 미세먼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원전 관련 기업들의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떤가.

△말기 암 환자와 같다. 두산중공업은 매출과 직원이 반 토막 났다. 원전생태계를 잇는 중소 협력업체들은 설비 특성상 다른 제품으로 생산 전환을 못한다. 어떤 은행이 지금 원전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겠는가. 호흡기를 떼어내고 사망일만 기다리는 심정이다.

-우리 정부는 그래도 원전 수출을 자신하는데.

△원전 현장에서 일하며 접한 해외 바이어 누구도 탈원전이 수출에 영향이 없다는 한국 정부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탈원전을 표명한 한국 정부를 어떻게 믿고 거대 프로젝트를 맡긴다고 자국 정치권에 말을 하느냐고 하더라. 그들이 바보인가.

-관료와 기업 생활을 두루 했다. 관료의 문제는 무엇인가. 기업은 규제를 얘기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법과 제도 전반에 걸친 공무원의 재량권 남용이다. 산업부 관료 시절인 2001년에 만들었던 부품소재특별법을 예로 들어 보겠다. 요즘 대일관계 때문에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화두지만 사실 당시 중요성을 알고 소부장 육성 특별법을 만들었다. 그 법의 특징은 요건만 맞으면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정책 지원이 법규로 진행되도록 재량의 여지를 없앴다. ‘할 수 있다’는 폭넓은 재량 규정이 그림자규제를 만든다. ‘해야 한다’는 기속 규정으로만 바뀌어도 규제가 왔다 갔다 하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

-규제 외에도 기업들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가장 좌파적이었던 노무현 정부도 복지·외교안보 등에서는 좌파적이었지만 경제와 산업은 기업들이 뛸 여건을 만들어줬다. 그런데 현 정부는 기업과 산업 생태계를 둘러싼 사회적 인프라를 강제한다.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화학물질과 보건·노동 등 기업 규제 법안이 너무 많다. 경쟁력을 발휘할 기회를 법과 제도로 봉쇄당하고 있다.

-정치에 발을 들였는데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 보는가.

△5년 단임 대통령제가 만악의 근원이다. 선거 한번에 도 아니면 모가 된다. 지금 정치에는 진영논리만 있고 국민은 없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발을 디뎠다. 밖에서 바라본 문제는 무엇이었나.

△한국당을 택한 것은 나 자신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신봉자여서다. 지금의 한국당은 이념과 실천이 따로 논다. 꼰대·노인정당이라는 표현은 외양적 비판에 불과하다. 당의 정체성에 몸을 던지는 전사가 있어야 한다. KTX와 광안대교를 보자. KTX 때 천성산터널 도롱뇽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다. 광안대교는 바다 한가운데 다리를 만들어 경치를 망친다고 했다. 하지만 했지 않나. 실천력 있는 사람이 해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같은 좌파도 해냈는데 자유경제를 하는 우파가 서비스발전법을 통과시키는데 왜 아무도 몸을 던지지 않나. 지금 한국당은 되면 되고 아니면 여당이 반대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걸 어떻게 하느냐고 둘러댄다. 먹고 사는 문제에 당이 전력을 다한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렇다면 정치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역시 경제 살리기다. 기업들은 자유를 말한다. 먼저 하게 하고 잘못하면 그때 혼내라고 한다. 서비스업만 봐도 규제 때문에 안 되는데 대부분 감사원 감사와 연관돼 있다. 공무원들이 영향력을 놓지 않으려 규제를 한다고 하는데 경험자로서 사실이 아니다. 인허가를 해줬을 때 생길 사회나 환경단체들의 반발, 여기에 감사원의 감사 때문이다. 월급도 뻔한데 굳이 혼나면서 나서야 하느냐고 생각한다. 잘되면 칭찬 한마디지만 잘 안 되면 금방 잡혀간다. 실상을 정확히 봐야 한다.

-그럼 법적으로 풀어줘야 할 텐데.

△공무원을 할 때나 두산에서 공기업과 일할 때도 마지막은 감사원 감사 걱정이었다. 감사원 감사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감사원을 일본처럼 회계검사원으로 해서 국회 밑으로 가게 하고 행정부 업무 감사는 국정감사처럼 국회 상시감사 체제로 가는 것이 맞다. 행정 업무나 기업 업무를 해본 의원들이 적으니 감사원 감사의 문제점을 모른다. 저는 그래도 아니까 해보려는 것이다.

-산업정책에도 생각이 많을 것 같은데.

△국회에서 하고 싶은 일 중 또 하나가 산업구조 조합에 대한 고민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4차 산업혁명의 형태를 어떻게 배합할지 찾아야 한다. 지금은 현안에만 급급하다. 누구 하나 3만달러를 넘어서 4만~5만달러 시대에 바람직한 산업의 믹스(mix) 얘기를 하지 않는다. 예전 경제기획원처럼 그랜드마스터플랜을 만들 곳이 행정부에 있어야 한다. 산업구조도 여기서 만들 수 있다. 국회에 가면 이런 조직을 만들고 싶다.

-출마할 예정인 부산 얘기를 해보자. 지금 부산 상황은 어떤가.

△심각하다. 제2의 도시 타이틀을 인천에 빼앗겼다. 고등학교 때는 인구가 470만명이었는데 지금은 350만명이다. 부산을 대표할 기업이 없다. 매출액 부산 1위가 공기업인 남부발전이다. 큰 제조업체라야 르노삼성과 한진중공업뿐이다. 그나마 한진은 법정관리를 신청해 빈사 상태다. 그래도 부산은 잠재력이 있다. 문현동 국제금융센터를 키워야 한다. 지금은 서울에서 옮겨온 공기업 외에 국제금융기구나 외국계 금융사도 하나 없다. 껍데기만 있고 둥지를 틀 시스템이 없다. 저는 금융인들에게 홍콩 사태를 어떻게 보는지 묻고 싶다. 홍콩에 있는 친구들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나간다고 하더라. 우리나라를 다녀간 외국인은 여기서 사업하고 싶어한다. 홍콩보다 날씨도 좋고 집값도 싸고 안전하다. 한국이 홍콩 그릇을 빼앗아올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 싱가포르가 다 주워 먹고 있다. 싱가포르 집값이 비싸니 30분 거리인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홍콩을 떠난 사람을 겨냥한 초고층아파트가 쉴새 없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를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있다. 현 정권은 중국 눈치에 홍콩의 ‘홍’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공항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IB에 있는 외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비행노선이 싱가포르~뉴욕이다. 멀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금융중심지를 만들면 공항 문제도 해결된다. 가덕도 신공항이 왜 필요한지 부산시가 그럴듯하게 내놓은 근거가 없다. 김해공항이 복잡하다는 것밖에 없다. 그러니 김해공항을 늘리라는 말만 나오는 거다. 부산이 홍콩을 대체할 글로벌금융의 허브가 되면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 부산을 옛 명성에 맞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 /김영기논설위원 young@sedaily.com

He is…

1970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 배정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제35회 행정고시 재경직 차석합격으로 공직에 발을 디뎠다. 상공부에서 시작해 산업자원부에서 과장을 하고 2007년 포스코로 자리를 옮겼다. 포스코 마케팅전략실과 경영기획실을 거쳐 2009년 두산중공업으로 이직해 발전영업과 전략기획·국내마케팅 등을 총괄한 후 8월까지 플랜트수출 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10월31일 자유한국당 1차 영입인재에 기업계 대표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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