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올해 디폴트(채무 불이행) 규모가 사상 최고를 향해 치닫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집계한 자료를 인용해 지난 11월 이후 최소 15건의 디폴트가 추가로 발생해 연간 디폴트 금액이 1,204억위안(171억달러)을 기록, 연간 기준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의 1,219억위안에 간발의 차이로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전체 채권시장 규모인 4조4,000억달러에 비하면 작지만 중국 정부가 자금난에 처한 기업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에서 디폴트의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피치의 애널리스트 왕잉은 “중국 당국이 모든 기업을 살리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올해 디폴트 우려는 부동산 개발과 철강, 신에너지, 소프트웨어 등 전산업에 걸쳐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일 베이징대학이 설립한 베이다방정그룹은 만기가 돌아온 20억위안(2억8,500만달러)을 상환하는데 실패했고, 같은 날 둥쉬그룹 계열사로 지난해 중국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업체 둥쉬광전과기도 17억위안(2억4,000만달러)의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중국 내부의 금융불안은 해외시장으로의 전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부 소유 종합상사인 톈진물산은 당장 오는 16일로 만기가 돌아오는 3억 달러의 달러화 채권 등 각종 부채에 대한 채무조정안을 제안했다. 이번 조정안이 시행되면 투자자들은 적잖은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야기된다. 톈진물산은 중국의 대형 국영업체로는 20여년만에 처음으로 달러화 채권시장에서 디폴트를 선언하는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국의 디폴트 위기는 그러나 구조적인 금융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은행의 책권담당 상무인 토드 슈버트는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가 심각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중국은 큰 시장이고 시장 참여자 중에는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기관인 S&P는 올해 중국 위안화 채권의 디폴트 비율이 지난해와 같은 0.5%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도 작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회사채 규모가 165%로 불어난 후 차입자와 투자자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JP모건의 아시아 채권 책임자인 안네 장은 “늘어나는 디폴트가 채권시장 순환의 자연스러운 부분이 돼야 한다”면서 “위험을 잘 평가할 수 있는 장치를 갖췄다면 어느 시장이든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