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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벤처 육성한다더니…기보, 상장직후 투자금 회수

"재투자 위해 수익실현 필요"vs"보호예수로 벤처성장 도와야"





기보, 4년전 노터스에 15억 투자

상장직후 지분 모두 팔며 수익 내

노터스 주가 쭉쭉 빠지다 ‘반토막’

기보 “유망기업 상장까지가 역할”

업체들 “불법 아니나 아쉬운 결정”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술보증기금이 투자한 기업의 기업공개(IPO)와 동시에 투자자금을 전액 회수하면서 “자연스러운 투자 회수 과정”이라는 시각과 장기적으로 벤처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정책 취지와 배치된다는 명분론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보는 지난달 27일 바이오기업인 노터스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당일과 다음 거래일 양일에 걸쳐 보유지분 7.95%(55만여주)를 전부 매각해 차익을 실현했다. 기보는 지난 2013년 노터스가 설립된 후 지금까지 15억원가량을 투자해 3대 주주로 올랐다. 기보가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노터스 주가는 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22.69% 급등한 3만6,500원에 거래되다 다음날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해 반 토막 수준이 됐다. 기보가 투자한 업체라는 소식에 투자했던 일반투자자들은 주가 급락으로 단기 평가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노터스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보가 노터스 지분을 매각하기 전 어떤 공지나 조율도 없었기 때문이다. 노터스 관계자는 “주주로서 매각을 할 수도 있지만, (기보가 3대 주주라는 것을 감안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정”이라며 에둘러 불만을 표시했다. 기보가 투자 기업을 상장 직후 매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보가 투자한 기업 중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이날 현재 23개에 달하지만 기보가 지분을 보유한 곳은 전무하다. 기보 관계자는 “대부분 상장 후 일주일 내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며 “노터스에는 지분을 매각한 후 미안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기보는 매년 2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술혁신기업에 보증연계투자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283개 기업에 3,043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이를 회수해 다른 신생 유망기업에 재투자해야 하는 기보로서는 최적의 타이밍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강하다. 실제 기보는 노터스 투자로 4년 만에 17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초기 투자금 15억원 대비 11배가 넘는다. 단순 계산만 해도 기보는 이 같은 차익을 통해 노터스와 같은 기업 11곳에 더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상장 직후 지분 전량 매각 전략을 통해 차익실현에만 나설 경우 소액투자자의 피해와 장기적인 벤처육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기술기업을 초기에 발굴해 상장까지 안착시켜준 것은 긍정적이지만, 자본시장에서 자생할 수 있도록 기보가 앵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기보의 투자 기업이 상장한다는 것 자체로서 굉장한 일”이라면서도 “정부측 주주가 이익 실현을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보니 상장 직후 투자 지분을 매각하는 게 관행이 됐다”고 지적했다.

차익을 조기에 실현하면 앞으로 있을 주가 급등락 등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기보 내 보유주식 처분을 결정하는 상장투자주식매각위원회에 주식운용 전문가가 없어 미래 성장성 등을 염두해 둔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각하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보의 주식매각위가) 상장 후 투자회사의 경영전망 등을 고려한 주가변동 이나 지분 매각 후 시장 영향 등에 대한 전문적인 논의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전략적 투자자 관점에서 회사가 성장해 더 많은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보의 투자사업에 대한 평가는 초기 투자금의 손실 여부만 집중적으로 살펴보다 보니 투자 지분을 장기 보유해 주가가 올라 더 많은 수익을 남기겠다는 유인 자체가 없는 것도 ‘관행’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장기보유가 어려우면 일부 VC들처럼 상장 후 적어도 1년간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선택적 보호예수제도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에 기보 관계자는 “(기보는) 초기 유망기업을 발굴해 상장까지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핵심 역할”이라며 “상장 이후 주가 관리를 위한 장기보유 규정 등이 없기 때문에 (관행대로) 상장 직후 지분을 처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기보가 노터스처럼 상장 후 지분 조기 매각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은 연말까지 한국비엔씨(2.87%), 제이엘케이인스펙션(5.84%), 메드팩토(4.67%) 등 3곳에 달한다. 이 중 제이엘케이인스펙션과 메드팩토는 이달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어 비슷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양종곤·김연하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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