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별세로 LG 가문의 자랑인 ‘장자 승계’ 전통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선대 회장의 장자가 본격적인 승계작업을 시작하면 친인척들이 물러나거나 독립해 계열분리를 함으로써 경영권 갈등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마찰 없이 그룹 승계를 이뤄오고 있다.
아름다운 전통의 시작은 1970년 구 명예회장이 1969년 12월 31일 창업주 구인회 회장이 세상을 뜬 이듬해 회장직을 물려받으면서부터였다. 구 창업회장의 동생이자 창업멤버였던 구철회 사장은 이듬해 1월 경영 퇴진을 선언하고 구인회 회장의 장자인 구자경 당시 금성사 부사장을 그룹 회장으로 추대했다.
구자경 명예회장 역시 만 70세가 되던 1995년 1월 럭키금성그룹의 사명을 LG그룹으로 바꾼 뒤 자신의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겨줬다. 당시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그룹 내 유통사업을 담당하던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 등 구자경 명예회장의 두 형제는 1970년과 마찬가지로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 조카에게 물려줬다.
이때부터 굳어진 철저한 장자 승계 원칙은 4대째인 구광모 LG 회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외아들을 잃은 구본무 회장은 이같은 장자 승계 원칙을 받들어 2004년 친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당시 구광모 상무(현 LG 회장)를 양자로 들였다.
재계에선 지난해 구광모 회장의 취임과 함께 경영에서 물러난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이 집안 전통에 따라 독립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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