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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판매 검사·대출심사도 로봇이...은행권 ‘RPA’ 확대 바람

‘디지털 뱅크’로의 전환에 고삐를 조이고 있는 은행들이 단순·반복 업무를 넘어 더 본질적인 은행 업무에까지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목표로 RPA를 시작했던 은행들은 이제 고부가가치 업무와 차별화된 비즈니스를 발굴하기 위해 속도를 붙이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근 총 39개 업무에 로봇 120대 규모의 RPA를 적용했다. RPA는 사람이 처리하던 표준화된 업무를 컴퓨터가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의 ‘로봇’은 물리적인 로봇이 아닌 컴퓨터 프로세스를 뜻한다.

농협은행은 기업 여신금리 승인, 관심 기업 모니터링과 같은 여·수신 분야는 물론 외환·마케팅·리스크 관리 등 일부 본부 업무까지 자동화를 마쳤다. 지난해 개인여신 자동기한 연기, 휴폐업 정보조회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에 처음으로 RPA를 도입한 데 이어 전방위적으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농협은행은 이로써 사람이 하면 한 해 약 20만 시간이 걸리는 업무량을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점검하는 데에도 로봇 프로세스를 투입할 예정이다.

자료: 글로벌컨설팅그룹 KPMG




은행권의 RPA 적용 범위는 빠르게 넓어지는 추세다. 정보 등록, 서류 조회 등 단순한 부수 업무를 대체하는 초기 단계를 넘어 실제 영업 업무를 지원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외화 송금내역 점검·출력, 파생상품 거래문서 작성 등 13개 업무를 자동화한 데 이어 올해는 AI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비정형 문서 자동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종류가 많고 양식이 제각각이어서 이전에는 직원들이 대부분 일일이 손으로 입력해야 했던 서류들도 자동 인식이 가능하도록 RPA를 고도화했다.

은행들은 RPA 고도화가 새로운 서비스 개발과 수익성 강화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금융권에 처음 RPA 도입 바람이 불었던 것은 근로시간 단축과 지점 축소에 대응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하지만 RPA의 적용 범위가 반복적인 업무 자동화에서 비구조적인 데이터 입·출력과 분석, 결합으로까지 확대됨에 따라 로봇 프로세스는 은행원을 단순히 대체하는 관계에서 지원하고 협업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 하나은행은 RPA를 활용해 기업 정보를 분석한 뒤 최적의 대출 상품 추천까지 해주는 ‘대출 추천 봇’을 개발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로봇 프로세스를 활용하면 은행원이 1시간 넘게 걸렸던 일을 2~3분 내에 끝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적 증가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의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대고객 서비스를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로봇 자동화를 적극 활용해 업무 효율화뿐 아니라 고부가가치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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