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토하는 건 못하겠고, 너무 먹고 싶으면 깨물어서 맛만 보고 뱉은 적도 많아요.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최근 만난 한 여성 연예인이 기자에게 다이어트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아무리 해도 빠지지 않는 살 때문에 수분까지 조절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그 연예인은 누가 봐도 마른 몸매다. 배우 최희서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년 동안 굶다시피 하며 45㎏ 미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중에게 보이는 모습이 중요한 연예인들에게 ‘관리’는 필수라지만, 그에게 들은 다이어트 이야기는 그야말로 ‘극한직업’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 것이었다. 왜 그렇게 혹독하게 살을 빼는지 묻자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댓글이 무서워서”였다. 공항에서, 출퇴근길과 행사장 포토라인에서 찍힌 사진이 기사로 나가면 댓글에 외모에 대한 무수한 ‘품평’이 달린다. 조금만 부어도 ‘관리도 안 한다’‘성형 부기가 아직 안 빠졌네’ 등의 악성 댓글이 쏟아지다 보니,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가수 선미가 가슴성형 의혹을 받자 SNS에 자신의 몸무게 ‘50.0’이 찍힌 체중계를 공개하며 “살이 찐 것”이라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두 가지가 확실해졌다. 하나는 여성 외모에 대한 통념이 여전하다는 것. 그리고 악성 댓글 불변의 법칙이다. 연예 사진 기사들에는 ‘찬사’와 ‘비난’의 댓글이 수도 없이 달려 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외모에 대한 혹평이나 비난·의혹은 여성 연예인의 기사에 집중돼 있다. 한때 ‘탈(脫)코르셋 운동’ 등이 일면서 여성 외모에 대한 기존 관념이 깨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본 것은 그저 신기루에 불과했을까.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여성 연예인들을 최근 떠나보냈다. 하지만 그들의 극단적 선택에 잠시 주춤했던 악성 댓글은 오늘도 활개를 치고 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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