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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치는 브로커에…눈 먼 스마트공장 지원금

정부, 총 사업비 50% 지원하지만

브로커 "지원금으로만 구축 가능"

기업에 솔루션 비용 뻥튀기 유도

정부 "편법 알지만 자리잡는 과정"

단속 사실상 손놔 혈세 누수 우려





#경기도에 위치한 한 정보통신(IT) 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최근 스마트공장 관련 사업을 컨설팅해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회사 소개 자료를 보냈다. 다른 기업을 통해 알아보니 전화를 건 곳은 컨설팅을 빙자한 브로커였다. 이들은 스마트공장 구축을 원하는 기업에 접근한 뒤, 솔루션비용을 부풀리면 정부지원금만으로 스마트공장을 구축할 수 있다고 유혹했다. A씨는 23일 “주위 얘기를 들어보면 기업 입장에서도 ‘걸리지만 않으면 괜찮은 제안 아니냐’는 생각에 브로커에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에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를 보급하겠다는 목표에만 치중해 혈세를 노리는 브로커에 대한 단속에 소홀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브로커들이 노리는 것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공장 구축 및 고도화’ 사업. 이는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국내 중견·중소기업에 총 사업비의 50%를 지원하는 것으로, 기업별로 레벨에 따라 최대 1억~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지원금액을 5,000만~1억원으로 한정했지만 올해부터 지원금액을 늘렸다.



브로커들은 솔루션 가격을 높여 스마트 공장을 구축해야 하는 이른바 수요기업의 부담을 없애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공장 구축에 필요한 솔루션이 1억원이라면, 이를 2억원으로 부풀린 뒤 정부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는 식이다. 원래대로면 수요기업과 정부가 각각 5,000만원을 부담하지만, 비용을 뻥튀기할 경우 정부 지원금만으로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다. 스마트공장 구축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기업의 한 직원은 “(브로커의 제안에 응할 경우) 수요기업은 스마트공장 구축에 필요한 비용부담이 거의 없는데다 우리 같은 소프트웨어 공급기업은 매출을 늘릴 수 있어 양쪽 모두 손해 보지 않는 장사”라며 “가산 디지털 단지만 해도 이런 식으로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공급업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브로커들이 난립하는 배경에는 스마트공장 구축에 필요한 솔루션·설비 가격을 정확히 책정하기 어려운 구조적 맹점이 자리한다. 수요기업 업종, 설비 수준, 기업의 기존 자동화 정도 등에 따라 단가 차이가 크게 난다. 통상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데는 대개 1억원 이상이 필요한데,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에 참여한 제조업 5,003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도 평균 1억 5,100만원이 투입됐다. 한 IT기업 관계자는 “스마트공장 구축에 필요한 솔루션은 일반 소프트웨어처럼 단순히 설치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에 맞게 일종의 튜닝 작업이 필요한데, 작업을 하는 개발자 수준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수요기업과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간에 소통이 부족한 것도 이런 부작용을 부추긴다. 현재 수요기업이 소프트웨어 기업에 접촉하기 위해서는 중기부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이 운영하는 ‘스마트공장 사업관리시스템’에서 공급기업을 검색하는 것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곳에 등록된 공급기업이 1,200곳에 달하는데다, 회사명과 주소, 3~4줄짜리 소개 글이 전부다.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할 회사를 찾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 19개 지역에 산재한 테크노파크가 스마트 제조혁신센터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런 식의 매칭 업무는 공백 상태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테크노파크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이 매칭된 뒤 사업성 등을 평가하는 역할을 할 뿐 매칭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며 “(수요기업과의 매칭을 위해서는) 공급기업 입장에서도 일종의 영업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사업이 커지면서 브로커가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지난 2014년 80억원에 불과하던 정부의 스마트공장 관련 지원사업 예산은 올해 3,989억원, 내년 4,467억원 등으로 급증 추세다.

정종필 성균관대 스마트팩토리융합학과 교수는 “브로커를 내버려 두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 어떤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게 정부의 시각인 거 같다”며 “브로커와 결탁한 공급기업 등 스마트공장 시장에서 떡고물을 먹으려는 이들에 대한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기부는 협약 전 한국기업평가원 등 6곳의 원가계산 용역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 완료 전에도 한국전산감리원 등 8곳의 감리법인을 통해 시스템이 계획대로 구축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하·양종곤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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