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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이정규 대표 "묻지마투자 받고 망하면 재기 힘들어…창업 때 투자자도 중요"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가 전하는 창업 노하우

정부 출자 받은 VC, 윤리적으로 믿을만

기술이 좋다고 전부 성공하는 것은 아냐

수요전망·시장성 등 경영자 시각 가져야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가 19일 경기도 성남시 브릿지바이오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남=성형주기자




“만약 기업을 창업했는데 초기에 어떤 사람이 불쑥 찾아와서 ‘기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대표님만 믿고 투자하겠다’고 말하면 투자를 받으시겠습니까? 저라면 절대 받지 않습니다. 이런 ‘묻지마식 투자’를 받으면 망했을 때 크게 당합니다.”

30대 초반의 청년기에 대기업이던 직장을 나와 세 번이나 창업하며 산전수전을 겪은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팀과 기술이지만 누가 투자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투자자를 만나면 창업에 실패해도 서로 ‘뒤끝’ 없이 재기에 나설 수 있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는 투자자를 만나면 족쇄가 돼 회사를 정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투자받을 때 문제의 소지가 없는 투자자를 만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에서 출자를 받은 벤처캐피털(VC)이면 적어도 윤리적인 부분에서는 믿어도 됩니다. 이런 양질의 VC들은 창업자가 최선을 다해 회사를 운영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다면 창업자에게 책임을 크게 지우지는 않아요. VC가 창업자와 싸워서 소송하면 업계에 안 좋은 소문이 확 퍼지거든요. ”

투자자 선별의 중요성에 대한 그의 제언은 뼈 아팠던 자신의 경험을 후배 창업자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고 알려준 ‘실전 경영학’이다. 이 대표는 렉스바이오 창업 당시 OOO홀딩스에서 투자를 받으며 무리한 요구를 들어줬다가 청산 이후 거액의 빚을 떠맡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 브릿지바이오에서 투자를 유치하던 도중 개인투자자들을 경계하게 됐다고 밝혔다. 어떤 투자자는 기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대표 개인만 보고 투자하겠다고 이 대표에게 접근하면서 주식매수가격을 깎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를 경계한 이 대표는 “단순한 믿음은 언제든 깨질 수 있다”며 “투자자에게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사실들을 점검하며 신뢰가 쌓이고, 잘 안됐을 때도 설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술 전문가가 창업할 때는 기술자의 시각을 넘어서 경영자의 마인드로 시각을 넓혀야 한다는 점도 창업자가 유의해야 할 점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기술을 개발한 사람은 자신의 기술에 대해 애정과 자부심이 있는 만큼 상업적 측면에서의 약점을 간과하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이공계 교수들의 창업이 늘고 있는데 자신이 개발하려는 시장가치와 수요전망에 대해 영업 전문가의 입장에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수 출신 창업자 중에서는 학교 실험실에서 자신이 모든 것을 잘 알고 통제할 수 있었던 절대적인 존재로 활동했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문에 시장에 대해서도 자신이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후보물질을 선정하는 기준은 환자의 미충족 의료수요입니다. 수요가 곧 시장성이거든요. 그게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신약후보물질이라도 큰 미련없이 버립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이 프로세스를 거꾸로 진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객이 큰 필요로 하는 치료제가 아닌데도 개발을 위한 개발을 하다 보니 시장성이 떨어집니다.”

이 대표는 창업을 통해 삶의 진리가 정말 단순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회사의 미래는 자신과 팀의 행동이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직접 회사를 차려 보니 남을 탓하고 비난할 시간 자체가 없었습니다. 제 자신과 제 팀의 성장에 신경 쓰기도 바빴습니다. 창업을 하면 본인이 평소 갖고 있던 뜻을 최대한 펼쳐볼 수 있습니다. 이게 되는지, 안 되는지 이른 시간 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름의 ‘가설 검증’인 것이죠. 이게 창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판교=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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