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창립 70주년이 되는 다가오는 2020년에 가장 주력해야 할 과제로 혁신성장동력의 확충을 꼽았다. 특히 민간 부문의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 이 총재는 신년사에서 “인구구조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을 고려할 때 양적 투입의 확대와 같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성장동력 창출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해에는 세계교역 부진이 다소 완화하고 반도체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여 국내 경제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여전히 경제 성장세는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 일부 진전이 있었으나 보호무역주의가 지속되고 있어 수출중심의 성장에 의존하기 힘든 상황이고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여전히 하방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대내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계층 간 양극화 등을 성장 제약 요인으로 언급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은이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업무로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기조 유지를 강조했다.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는 대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와 국내 거시경제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 나가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통화정책을 적시에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경제흐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예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경제상황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나가야 하겠다”며 “경제 분석 및 전망에 있어 경제주체들의 행태, 그리고 주요 경제변수 간의 관계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급결제의 근간이 될 차세대 한은 금융망 구축 사업도 차질없이 완수할 것을 다짐했다. 이 총재는 “디지털기술 발전으로 지급결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지급결제의 중추기관으로서 관련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개선하고 기술발전 속도에 맞추어 감시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창립 70주년을 맞아 준비하고 있는 한국은행 ‘비전 2030’에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전략을 담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10년은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그 내용도 이전과는 크게 다를 것”이라며 “미래의 환경변화를 내다보고 이에 맞춰 조직과 인사 운용체계, 업무방식 등 중앙은행의 역할을 재설계 하겠다”고 말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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