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창업자는 창업 준비과정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노려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그런데 단순히 ‘유동인구‘만 많다는 것만 염두에 두고 점포를 구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유동인구를 한자로 쓰면 ‘流動人口‘이다. 流는 흐를 유, 動은 움직일 동, 人口는 한 지역에 있는 사람의 총 수를 의미한다. 즉, 유동인구의 뜻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한 지역의 사람수‘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과 상가 매출이 좋다는 것은 별개일 수도 있다. 유동인구가 많으면 소비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유동인구 전체가 소비를 많이 한다고는 볼 수 없다. 또, 드물지만 유동인구만 많고 소비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권도 있다. 이것을 ‘유동인구의 함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유동인구가 중요하지만 그보다 소비를 일으키는 유효수요가 더욱 중요하다.
유동인구 자체를 산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유동인구를 더 세밀하게 살펴, 실질적인 유효소비 인구를 파악하는 작업이 이뤄져야한다.
유동인구가 유효소비인구로 이어지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 소비가 많이 발생하는 시점인 퇴근 시간을 집중해서 보는 것이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출근 동선보다는 퇴근 동선 상에 위치한 점포가 유동인구 확보나 수익성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
출근길과 퇴근길이 똑같은 경우도 많지만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출근 시간에는 최단거리를 위해 다소 불편한 길로 가더라도 퇴근시간에는 통행량이 많아 도보이용에 제한이 되거나 좁고 어두운 골목길의 유동인구가 확연히 줄어든다. 그밖에 집에 들어가기 전 여가·문화활동이나 쇼핑을 위해 출근길과 다른 퇴근길로 가는 경우도 있다.
출근길의 경우 사람들이 하루 중 가장 빠르게 걷고 움직이는 시간대이다. 시간도 없거니와 소비를 하려는 욕구가 매우 약한 타이밍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출근길의 상가들은 그저 지나쳐 가버리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창업시장에서 이때의 유동인구를 단순히 ‘흘러가는 유동인구’로 표현하기도 한다. 실질적 유효소비 인구가 적은 동선인 셈이다.
반면 퇴근길은 주변 상가를 둘러볼 시간적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점포의 매출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특정 지역의 퇴근동선을 파악하기 위해선 저녁 시간대 직접 현장에 방문해 사람들의 이동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제일 좋다. 그 외 저녁에 노점상이 몰려있는 곳을 눈여겨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밤에 택시가 많이 멈춰서있는 곳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창업 전 입지분석 과정에서 출근동선과 퇴근동선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는 하지만 충분히 파악가능한 부분이다. 성공창업을 위한 우량입지를 고르기 위해서 직접 출·퇴근동선을 살펴보는 것이 유리하다. 아울러, 스스로의 힘으로 분석이 어려울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2020년은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쥐의 해인 ‘경자년(庚子年)’이다. 쥐가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것처럼 모든 이에게 풍요로운 한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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