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10% 가까이 웃돌았다. 반도체 업황 둔화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지만 올해는 반도체 수요 회복에 이은 가격 상승으로 2·4분기 이후부터 가파른 실적회복이 전망된다. 8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이 229조5,200억원, 영업이익은 27조7,1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5.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52.95% 줄었다. 지난해 반도체 경기가 차갑게 식으면서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에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은 올해 실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매출액은 59조원에 그쳐 시장 전망치(61조원)를 밑돌았으나 영업이익은 7조1,0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6조5,000억원)보다 9.23%나 높았기 때문이다. 반도체(DS부문)와 스마트폰(IM부문)사업부가 각각 최대 3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CES 2020’이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반도체 시황에 개선과 관련해 “사인은 그렇게 보인다”며 “다만 얼마나,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지난해 초 시장은 삼성전자의 실적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다.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끝나면서 반도체 경기에 대한 비관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8년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5%를 차지했던 반도체 부문이 부진하면서 전체 실적도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경제인들과의 만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반도체 경기를 콕 집어 질문하고 기획재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만나 반도체 경기를 긴급 점검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초 분위기는 정반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 회복 신호가 더욱 뚜렷해지면서 올해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실제 8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잠정 실적은 이 같은 시장의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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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IM 기대보다 선전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10% 가까이 크게 웃돈 것은 반도체(DS 부문)와 스마트폰(IM 부문) 사업부의 선전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반도체의 경우 최소 3조원 초반에서 중반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시장 전망치인 2조원대 후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과 출하량이 지난해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2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됐던 스마트폰의 경우 2조원 후반에서 3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1조5,100억원) 대비 최소 1조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갤럭시 폴드나 갤럭시 노트10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실적 호조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IM 부문의 경우 일회성 비용으로 실적이 개선됐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정확한 규모는 파악이 안 되지만 IM과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보너스 충당금 환입급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특히 IM의 경우 일회성 비용이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가전사업(CE 부문)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7,000억~8,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 사업부의 경우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실제 실적에 가장 근접한 추정치를 제시한 메리츠종금증권은 애초 디스플레이 영업이익 전망치를 9,000억원으로 제시했으나 잠정 실적 발표 후 2,000억원으로 내렸다. 애플 아이폰11 초기 출하가 3·4분기에 집중되고 4·4분기 이후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실적이 둔화됐으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가격 하락이 계속되면서 실적에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분기 회복, 하반기 분기 영업익 10조 회복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파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2·4분기 이후 삼성전자의 실적이 개선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3·4분기에는 2018년 4·4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영업이익 10조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적 회복의 가장 큰 원동력은 반도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분기 기준 영업이익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8년 3·4분기 반도체 부문(13조6,5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77% 달했으나 지난해 3·4분기에는 반도체 부문(3조500억원)의 비중이 39%까지 떨어지면서 전체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살아나고 있고 수요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는 다시 반도체가 실적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1·4분기에도 향후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 강세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올 하반기에는 7조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반도체와 함께 양대 축인 스마트폰 사업부도 올해 프리미엄 시장 공략으로 분기 기준 영업이익 10조원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한 해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27조7,100억원) 대비 10조원 이상 증가한 30조원 후반에서 40조원 중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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