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저하된 가운데 올해도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업환경이 ‘우호적’인 업종은 2년 연속 전무했다.
한국기업평가는 9일 서울 여의도에서 ‘2020년 주요 산업 전망 및 신용등급 방향성 점검’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올해도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이며 추세 반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송태준 한기평 평가기준실장은 “지난해 상장 기업들의 매출이 정체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며 “금융위기 때보다 급격한 변화로 이레적인 하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기평이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기업은 21곳이었다. 상향 조정한 기업은 12곳에 불과했다. 특히 ‘BBB-’급 이상 기업들의 등급하락이 두드러졌다.
올해도 국내 기업들의 사업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등급전망 역시 ‘긍정적’인 업종은 없었던 반면 소매유통과 디스플레이, 생명보험, 부동산신탁 등 4개 산업은 부정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신용등급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이 전무한 가운데 오히려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만 제시한 것이다.
송 실장은 “작년 말 기준 ‘부정적’ 전망을 받은 기업들은 27개사로 ‘긍정적’ 전망인 업체 15개사를 상회했다”며 “양자 간 격차도 계속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올해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요소로는 △개별 기업들의 실적 회복 정도와 재무 부담 통제 △미·중 무역분쟁 재발 여부 △국내 총선과 매국 대선, 중동 불안 등 정치적 리스크를 꼽았다. 송 실장은 “사업환경과 실적방향, 신용등급 방향 모두 안좋은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특히 글로벌 경제성장전망률이 낮아 수출을 기반으로 한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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