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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사라진 초연결 시대…한국號, 국가전략이 없다[CES2020]

[데스크 진단-‘CES 2020’ 이 던진 메시지]

中 등 '통합국가관' 선뵈는데

韓은 정부·지자체 따로 부스

/라스베이거스=박태준 바이오IT부장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기술(ICT) 박람회인 ‘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팔라조볼룸의 무대 위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을 쫓아다니던 반려 로봇 ‘볼리’. 인근 MGM시어터에서 제임스 캐머런과 함께 등장한 다임러의 콘셉트카 ‘아바타’. 두 제품은 각각 인간과 로봇, 인간과 자동차의 ‘교감’을 강조했는데 그 기반은 물론 상호 간의 ‘연결’이다. 현대차가 제시한 ‘개인용 비행체(PAV)’나 델타항공이 약속한 ‘기내 와이파이’ 역시 땅과 하늘의 연결인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거대한 구상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로부터 혁신상을 받은 제품 중에는 걸음걸이 패턴을 분석한 후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해 노인들의 낙상을 예방하는 스마트벨트가 있었고, 노인들이 입고 있는 옷으로 수면 패턴을 확인해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제품도 등장했다. 심지어 자신의 칫솔질로 이가 깨끗이 닦였나를 앱으로 확인하는 칫솔도 눈에 띄었다. 이 모든 것이 연결의 기술로 구현되는 제품이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데이비드 스티븐슨은 저서 ‘초연결(Connected Everything)’에서 ‘진정한 혁신이란 현실을 개선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현실을 밑바탕부터 완전히 바꾸는 것이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사물인터넷(IoT)’이라고 규정했다. 갈수록 값싸지는 감지기와 5세대(5G) 이동통신을 통해 빠르게 축적되는 빅데이터, 이를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술로 ‘초연결’이 구현되고 이것으로 혁신을 이룬 기업이 시장을 제패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CES가 열린 기간 동안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잠시 혁신의 실험장이 됐다. CES 배지를 목에 건 18만명 안팎의 참가자들이 일부는 자신들의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고 다른 일부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기술과 제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2020년 초연결의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고 내년, 또 5년 후에는 어디쯤 가 있을지를 짐작했을 것이다. 그 속에서 자신들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새로운 전략에 필요한 정보를 얻었을 것이다.



그렇게 치열한 격전의 장에서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서울경제신문이 8일 무역협회와 함께 마련한 ‘CES 포럼’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은 “다른 어떤 기술과 비교해도 꿀릴 게 없다”며 “우리 기술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또 “진정한 혁신으로 규모를 키운 후에 더 나은 기술을 만들 수 있다”는 해법도 제시했다. 이번 CES에 참가한 국내 기업 390곳 중에서 스타트업이 200개를 넘는다는 사실이 삼성과 LG, 현대차와 SK의 위용만큼이나 든든해 보였다.

글로벌 기업들의 화려한 쇼가 마련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미래의 유니콘을 꿈꾸며 한 평 남짓한 부스를 차린 스타트업들이 모인 샌즈엑스포를 오가며 CES를 즐기는 사이 폐막을 앞두고 뭔가 허전함이 남았다. 미래로 성큼 다가선 대기업을 지원하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당찬 스타트업들의 손을 잡아줘야 할 정부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한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이 진화하는 모습을 직접 봐야 우리 제품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며 “부스에 필요한 인력은 20여명이지만 매년 100명 가까운 직원을 이곳에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정부 관료들이 2,000명 정도 왔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몇 명이나 왔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국가 차원의 전략 부재와 보여주기식 행정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샌즈엑스포에서 만난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매년 ‘라 프렌치 테크’라는 대형 국가관을 마련하는 프랑스는 물론이고 일본·이스라엘·이탈리아 등 대다수 정부가 국가관으로 참여한다”며 “왜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들만 CES에서까지 분권적 사고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나흘 동안 세계 각국 기업인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CES 2020이 막을 내렸고 올해도 어김없이 메시지를 던졌다. 모든 것이 연결돼 융합하는, 그래서 업종 간 장벽이 무너지고 경계가 사라지는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많지 않고 여유로울 수 없다. 스티븐슨은 ‘초연결’의 서문에 이렇게 적어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선점할 것인가, 그저 바라만 볼 것인가.’ /ju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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