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등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성장동력 약화로 잠재성장률이 추락하는 가운데 정부가 분배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이 10년 내 1%대로 추락할 것이라며 재정정책을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니어재단 주최 ‘2020 한국 경제 회생의 길’ 토론회에서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 경제 위기의 핵심은 장기 저성장 고착화”라며 “현재 2.5% 수준인 잠재성장률이 2021~2025년에는 2.1%로 고꾸라지고 2026~2030년에는 1.9%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의 성장률 격차가 2006~2010년 1.9%포인트에서 0%가 되면서 사실상 성장이 멈추는 상태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예측하기 어렵고 비(非)시장적이라며 하루빨리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정책과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현 정부 경제정책이 경제학 이론에 부합하지 않고 구체적 목표도 설정돼 있지 않다”며 “경제정책의 방향성과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워지자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고용 등이 위축됐다”고 말했다. 주 실장도 “확장적 재정정책과 팽창적 통화정책에도 민간 경기는 오히려 침체”라며 “재정정책은 성장보다 복지에, 통화정책은 실물이 아닌 자산시장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박병원 안민포럼 이사장은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에 따라 민간으로 불이 붙어야 하는데 반응하지 않고 부동산 투기에만 자금이 몰렸다”며 “전력 낭비, 실탄 낭비만 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고용이 급감하고 있는 40대 근로자와 중산층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경기 침체와 금융위기 충격을 완화하고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중산층 벨트’가 빠르게 와해되고 있다”며 “소득 수준이 높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와 자산을 쌓아올려야 할 40대 근로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와해되는 중산층을 복원하는 것에는 소홀한 채 기초생활수급자와 60대 이상 고령층 등을 지원하는 데만 관심을 쏟고 있다”며 “중산층 붕괴를 방치하면 우리 경제의 균형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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