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는 지난해 3·4분기까지 순손실이 1,855억원에 달해 직전 2년을 더한 것보다 더 컸다. 그나마 회사를 버티게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마저 신차들 앞에서 힘을 잃고 있고 미래차 개발도 부진하다. 2018년 경사노위가 주도한 노사정 합의로 해고자 119명을 복직시켰지만 이 중 46명은 일감이 없어 휴직 상태다. 지난해 말 임금반납 등 자구안을 내놓았지만 위기를 넘기에는 부족하다. 자금과 전략차종·고용상황 모두에서 꽉 막혀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시장 원리대로 문을 닫게 놓아둘 수도 없는 처지다. 자동차는 전후방 연관 효과가 가장 큰 업종이다. 쌍용차만 해도 부품업체와 판매직원까지 더하면 수천명이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 정부나 여당으로서는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 이런 상황을 외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마힌드라에는 지금이 우리의 약한 고리를 노릴 수 있는 적기다.
하지만 급하다고 민간기업의 부실에 정부가 무턱대고 지원할 수는 없다. 산은은 한국GM과 달리 쌍용차의 대주주가 아닌 채권은행에 불과하다. 생존 가능성을 확인하지 않고 혈세를 넣는 것은 명분과 원칙에 어긋난다. ‘평택형 일자리’ 구상 역시 현행법상 수도권에는 적용할 수 없는 정책이다. 부실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꼼수와 세금 퍼주기로 생명을 연장하면 한국GM 같은 상황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힘들더라도 대주주의 책임과 임직원의 고통 분담이라는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고 급변하는 차 시장에서 버텨낼 수 있는 장기 생존전략을 근원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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