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올해 들어서도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수출이 새해 들어 반등하고 있다’고 말한 뒤 하루도 안돼 정반대의 지표가 나온 것이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수출은 25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4,000만달러)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8.7% 늘었고, 석유제품도 19.3% 증가했다. 반면 승용차(-6.8%), 무선통신기기(-6.2%), 선박(-42.1%) 등은 줄었다. 수출 상대국별로는 중동(35%)과 홍콩(9.9%), 베트남(6.7%) 등에서 호조를 보인 반면 싱가포르(-15.8%), 미국(-4.9%), 중국(-4.7%) 등으로의 수출은 감소했다.
앞서 이달 10일까지 수출은 133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5.3%(6억6,000만달러) 증가하며 연초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불과 열흘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만일 이달 말까지 감소세가 이어진다면 수출은 지난 2018년 이후 1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전날 “수출이 반등세로 돌아섰다”며 근거로 강조한 1일 평균 수출은 이달 20일까지 17억7,000만달러로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역시 올해 설 연휴가 이달에 껴있는 만큼 1월 전체 수출이 증가세로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설 명절을 앞두고 민생 점검을 위해 군산 공설시장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에는 설 연휴가 2월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월은 증가세가 쉽지 않다”며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2월에는 확실히 개선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3월 수출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한 해 25.9%나 감소하며 수출 부진의 큰 원인을 제공했던 반도체가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점도 정부로서는 기댈만한 구석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17.7% 감소했던 반도체 수출은 이달 20일까지 8.8% 증가하며 일단은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같은 대외여건의 변수가 언제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 16일 1단계 무역합의에 최종 서명했으나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인 만큼 양국 간 무역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출 감소액은 107억달러로 추산됐는데, 이는 반도체 업황 부진(328억달러), 유가하락(134억달러)과 더불어 수출 부진의 큰 요인으로 꼽혔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와 달리 민간에서는 올해 대외여건이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안 좋다고 보는 의견들도 많다. 지나친 낙관론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조양준기자·군산=조지원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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