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두 번째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우리은행은 내부통제가 미흡했다고 최고경영자(CEO)를 제재하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고, 피해자 배상도 신속하게 진행되는 등 수습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점을 집중적으로 피력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에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등 우리은행 측 관계자만 참석했다. 지난 16일 열린 제재심에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 하나은행 측 관련자가 주로 변론했기 때문이다. 손 회장 측은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연임을 위한 경우의 수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변론에 총력을 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내부통제가 미흡해 경영진까지 제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점을 피력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돼 있고 시행령에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으므로 경영진 제재는 법적근거가 미흡하다는 논리다. 문제가 생겼다고 금융당국이 일벌백계 차원에서 CEO에게 중징계의 칼을 휘두르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것이다. 내부통제에 실패했을 때 CEO까지 제재할 수 있도록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은행 측은 또 판매하는 상품이 수백 가지인데 CEO가 일일이 살펴볼 수도 없고, 직접 지시를 내리기도 어렵다는 현실론과 사태 발생 이후 빠르게 배상에 나서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15일 피해자에게 DLF 배상비율을 통보한 후 4영업일 만인 21일 기준 전체 배상 대상 고객 661명 중 50%가 넘는 피해자와 합의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수수료 위주의 임직원 핵심성과지표(KPI) 평가에서 자산관리상품을 제외시키는 등의 혁신안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은행 노조가 CEO 중징계에 반대한다는 공개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노조는 “금감원은 상식과 원칙에서 벗어난 모호한 법적제재 근거를 들어 중징계하려 한다”며 “명백한 금융당국의 책임 회피성 권한남용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DLF 사태는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을 시행하고 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의 책임이 제일 크다”며 “금융당국은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보다 사전에 짜인 각본에 따라 중징계 결과를 미리 정해놓은 마녀사냥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손 회장은 앞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받았다. 확정 시 현직의 잔여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이후 금융권 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 손 회장은 지난해 말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단독후보가 됐고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결정된다. 만약 중징계가 확정되면 효력은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관에 대한 제재 결과가 나오는 시점부터 발생한다. 주총 전에 효력이 발생하면 법원에 효력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수 있지만 여기까지 가면 여론의 향방을 살펴봐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지주 출범 1년 만에 예상보다 빨리 안착한 것은 손 회장의 공이 컸다”며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길 경우 경영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감원은 30일 세 번째 제재심을 열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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