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확장적·포용적 지방재정이라는 기조로 지방공기업을 통해 지역경기 부양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방공기업의 투자 규모를 이전보다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문제는 투자 증가액 규모가 이례적으로 30%나 급증했다는 점이다. 오는 4월 총선거를 앞두고 지방 표심을 잡기 위해 지방공기업까지 동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지방공기업을 앞세워 표밭을 다지기 위한 총선용 경기 띄우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공기업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올해 13조9,000억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10조9,000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지방공기업의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27.5%(2조9,000억원) 늘었다.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 매년 지방공기업이 일정 부분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총선이 있는 올해 예년과 비교해 급격히 투자금액이 늘어난 점에 대해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매년 지방공기업의 투자금액 증가 비율은 평균 10%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과 맞물린 올해 투자액이 갑자기 30% 가까이 늘었다는 것은 사실상 총선을 겨냥한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손태규 단국대 사회과학대학 교수는 “지방공기업의 자금 역시 귀중한 혈세이므로 집행은 공기업의 재정상황 등을 감안하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공기업의 투자 분야와 금액 등에 대한 적절성이 부족하면 총선을 앞둔 시기에는 자칫 선거용 선심 쓰기 등의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방공기업의 투자 분야도 문제다. 주택 건설과 상하수도 정비, 도로 개설 등 대부분 토건 분야다. 세부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토지개발에 5조9,362억원, 상하수도 정비에 4조7,275억원, 환경·안전에 1조1,203억원, 산업단지 조성에 1조488억원, 도로 개설, 지하철 등 교통에 4,056억원, 풍력·태양광 발전 등 에너지 분야에 808억원, 관광·체육·유통 등 기타 분야에 5,749억원 등 총 13조8,941억원을 쏟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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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을 위한 것이라지만 사회간접자본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과연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차라리 저소득 계층의 일자리와 소득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가계소득 증대와 복지예산을 늘리게 효과적이지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경기 활성화라는 명목은 좋지만 결국 정부가 공기업에 부담을 줘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경기 활성화는 중요하지만 지방공기업을 앞세워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자칫 부채 증가 등 지방공기업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많은 상황에서 또 주택 건설 등에 투자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는 총선용 사업 확대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선을 긋는다. 지방공기업 예산관리 지침에 따라 타당성 검토를 거쳐 시행해 사업의 예산낭비 요소를 모두 걷어낼 방침이다. 또 투자사업 이력관리를 강화해 지방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클린아이)에 사업 추진 단계별 변동현황 등의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투명하게 관리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게 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공기업이 주민체감형 공공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에 나서 지역경기 활성화에 앞장설 것”이라며 “특히 지방공기업의 투자 및 사업 진행상황 등을 엄격히 관리하고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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