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모바일 플랫폼 ‘쏠(SOL)2.0’을 말하는 이명구(사진) 신한은행 디지털그룹 부행장의 얼굴은 상기됐다. 현재 신한은행의 디지털 사업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전산개발 행원으로 시작해 IT총괄팀장, 정보개발부장, 금융개발부장, 정보보호본부 상무를 거쳐 지난 2018년부터 ICT그룹장을 맡았다. 이번 신한은행 인사에서 유일하게 부행장으로 승진한 것도 정보기술(IT) 부문에서 그가 이뤄낸 성과 덕분이라는 게 신한은행 안팎의 전언이다. ‘핀테크보다 더 핀테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쏠’도 그가 업그레이드시켰다. 지난해 서울시금고 등 기관 고객의 전산 업무까지 완수하며 신한은행의 전산과 IT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쏠에 승부를 걸었던 그에게 쏠2.0은 새로운 도전이 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쏠2.0 자체가 재도약에 나서면서 신한은행은 다시 한번 디지털 전환의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행장은 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고객은 모두 똑같은 화면을 보고 있다. 옷도 맞춤제작을 하고 있는데 정작 은행 앱은 사용자환경(UX/UI)이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객에게 편리성을 높여준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앞으로 쏠은 고객마다 전혀 다른 화면을 제공하고, 전혀 다른 사용자 매뉴얼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이 부행장은 쏠2.0이라고 지칭했다. “세대와 지역, 투자 성향에 따라 화면과 매뉴얼이 달라야 한다”며 “그동안 한꺼번에 다 바꾸겠다는 생각에서 은행권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지만 신한은행은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중에는 20대를 겨냥해 매뉴얼이 달라지게 된다. 이후 고령층에게는 화면의 활자가 커지는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고객이 활자 크기를 설정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스마트폰 사용환경을 쏠이 자체적으로 파악해 자동으로 서비스되는 것이다. 이 부행장은 “디지털 구축은 불편함을 제거하는 동시에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라며 “새벽4시30분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쏠을 로그인하고 트렌드를 이끌 아이템을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부행장은 ‘디지털 문화’가 만들어져야 ‘디지털 성과’가 폭발적으로 일어난다고 봤다. 그는 “실적과 같은 수치는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문화가 바뀌는 것은 보이지 않지만 그 힘의 크기가 혁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돈키호테적 발상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키호테적 발상’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취임 초 기발한 발상과 새로운 도전을 권장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내세운 경영전략이다. 그의 일환으로 디지털그룹도 매주 수요일 ‘발상(발칙한 상상)’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웃도어 싱킹 프로그램’으로 수요일에는 일단 외근을 하게 하는 식이다. 이 부행장은 “평일 낮 시간 백화점에 다녀온 직원, 같은 시간 대학 캠퍼스에 다녀온 직원들의 데이터 전략은 책상에서 나오는 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며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문화를 바꾸고 시스템을 바꾸면 쏠2.0은 자연스럽게 고객지향적인 솔루션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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