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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박쥐는 어쩌다 날아다니는 바이러스 저장소가 되었나







텔레그레프 지가 선정한 지구 상에서 절대 사라져서는 안 될 대체 불가능한 5종을 아시나요. 식물성 플랑크톤, 영장류, 균류, 벌,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쥐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원인으로 박쥐가 꼽히면서 박쥐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은데요.

실은 박쥐는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 동물계의 70%를 차지하는 곤충의 개체 수를 조절하고, 밤에는 활동하지 않는 벌 대신 식물의 수분을 담당합니다. 학자들은 박쥐가 북미 지역의 농업에 기여하는 가치가 연간 229억 달러(25조 원)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러 전염성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박쥐의 배설물은 동굴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광합성이 되지 않는 컴컴한 동굴 속에서 수많은 미생물들에게 거의 유일한 영양분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유용하고 중요한 동물인 박쥐가 어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같은 질병을 옮기는 위험한 존재가 된 것일까요?

가장 큰 원인은 박쥐들이 집단 서식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외롭고 쓸쓸한 배트맨과 달리 박쥐들은 축축해서 바이러스가 서식하기 딱인 동굴 속에서 무리 지어 생활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기 아주 좋은 환경이죠. 추운 겨울, 집단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감기를 쉽게 쉽게 옮기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게다가 박쥐는 다른 동물이나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온갖 바이러스를 몸에 가득가득 담고 다니면서도 특별히 아프지 않습니다. 특별한 면역체계 덕분인데요. 인터페론은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 시 생성되는 특수 단백질로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입니다. 박쥐는 이 인터페론이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면역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언제든 감염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죠. 밤에는 최대 350km에 이르는 거리를 날 정도로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박쥐의 면역체계를 튼튼하게 해줍니다. 박쥐는 장거리를 날 수 있는 유일한 포유동물인데요. 장거리 비행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그 과정에서 박쥐의 체온은 40C 이상 올라갑니다. 사람이 질병에 걸리면 열이 오르듯 높은 체온은 그 자체로 면역 반응인데요. 덕분에 박쥐는 ‘슈퍼 면역 체계’를 갖춰 훌륭한 바이러스 저장고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특성을 가진 박쥐는 포유류 중에 가장 많은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종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가 흔히 가장 더럽고 위험한 질병을 옮긴다고 생각하는 설치류가 한 종 당 1.48개의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데 반해 박쥐는 한 종 당 1.8개의 바이러스를 갖고 다니며 이곳저곳에 퍼뜨립니다.



실은 박쥐가 퍼뜨리는 전염병이 문제가 된 건 100년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우선 이전에는 인간과 박쥐가 섞여 살지 않았습니다. 인간 사회가 발전하고 더 많은 지역을 개발하면서 사람들은 이전에 살지 않았던 열대우림 지역까지 발을 딛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박쥐들이 주로 서식하는 곳이죠. 이렇게 박쥐와 사람들의 서식지가 겹치기 시작하면서 박쥐들이 갖고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퍼지고,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겁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발병한 니파 바이러스는 과일박쥐의 출몰이 잦은 지역에 생긴 농장의 돼지들이 박쥐가 갖고 있는 바이러스에 옮아서, 호주에서 발생한 헨드라 바이러스의 경우는 박쥐가 먹어 바이러스에 오염된 과일을 사람이 키우는 말이 먹으면서 퍼지기 시작했죠.



그중에서도 이번에 문제가 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특히 까다로운 이유는 두 가지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섞여있기 때문입니다. 한 마리의 박쥐가 사람에게 유출돼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알파 코로나바이러스와 베타 코로나바이러스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가 흔하게 발견됩니다. 그리고 두 가지 바이러스가 동시에 감염돼 있는 박쥐는 정기적으로 유전자 재조합을 겪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이 대처하기 힘든 처음 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인간에 옮아오는 것입니다.

중국과학원 산하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연구팀은 이미 1년 전부터 이 같은 박쥐 매개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는데요. 특히 살아있는 상태에서 도축된 동물이 더 영양가가 높다고 생각하는 중국인들의 음식문화와 중국의 넓은 땅, 다양한 기후라는 특징을 지적하면서 더더욱 중국이 박쥐 매개 바이러스의 핫스팟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아마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겪으면서 중국인들도 더 이상 박쥐를 먹는다거나 날 것의 야생동물을 섭취한다거나 하는 일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자제하겠죠? 분명한 것은 박쥐가 옮기는 바이러스가 재조합 되고 변이되는 속도가 우리 인류가 백신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속도보다 빠를 것이라는 점입니다. 박쥐와 인류가 섞여 살면서 질병이 발생하기 시작한 지 100년,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더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지만 경각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하고 예방하는 것이 최선일 듯 합니다.

/정현정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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